[학생 칼럼] 사교육비 18조의 ‘교육 디스토피아’

배움 그 자체에 가치와 행복을 느끼는 학생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극히 드물다. 학생들은 본인 의지나 배움의 즐거움보다는 외부 요인에 의해 학습하는 경향이 많다. 그리고 각각의 외부 요인들과 사교육은 깊이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억지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요인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미련’은 학생 개인의 미련이 아닌 부모 세대의 미련을 말하고자 했다. 부모 세대가 학창 시절 복합적인 사정으로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가 이루길 원하는 모습, 그리고 이에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 이제는 소설로 쓰기에도 너무 흔한 소재이다.

두 번째 키워드인 ‘연쇄’는 어떤 현상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나는 현대에서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계기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생각이다. 학교의 전교 1등이, 반 우등생이, 친구가 하기 때문에 자신도 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맹신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쟁’이다. 명실상부 우리나라 사교육 열풍의 목적이자 주범이 되는 단어다. 순수한 경쟁은 많은 학생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 자신이 성장함을 깨닫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경쟁의 어두운 면만을 극대화한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입시 전쟁 아닌가. 원래는 경쟁이었던 것이 사교육을 거쳐 심화돼 이제는 전쟁이 됐다. 개인의 주체적인 꿈과 목표를 가진 학생은 이 전쟁을 수월하게 헤쳐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직 시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어기제로 사교육에 의존한다면 혼자 힘으로 경쟁에서 이기는 법을 터득하지 못해 인생에 진실하게 도움이 되는 학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인재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자본을 들여 사교육을 통해 줄 세우기 전쟁에서 승리하고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것이다. 공교육의 지분은 이미 사교육에 밀린 지 오래고 우리나라는 사교육 강국이자 교육 디스토피아가 됐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민이 사교육에 지출한 총비용은 18조6천223억원이라고 한다. 18조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탄생한 우리나라의 인재들은 전부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까? 모두가 살면서 18조의 값을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교육 디스토피아에서 벗어나려면 시대를 직시하고 공교육과 사교육의 지분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리여고 최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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