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라를 위해 한마음이 되지 않아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지금처럼 표류한다면 누구에게 유리할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사실만 생각해도 가슴이 아픈데 우리 안에서 벌어지는 분열의 골이 깊으니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른다.
그런데 이토록 갈라지고 찢긴 채 서로 으르렁거리는 국민의 마음을 아우르는 정치력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나라를 위해 원로들이 지혜를 제시해야 하는데 침묵만 흐르고 있다. 오히려 정치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분열을 이용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분열과 혼란에 빠져드는 국민에게 소망의 빛을 비추어야 할 교회가 지탄의 대상이 됐다. 얼마나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인가.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이 죽은 후 아들 르호보암이 왕이 된다. 그때 이스라엘의 온 회중이 와서 왕에게 간절히 부탁한다. “왕의 아버지가 우리의 멍에를 무겁게 하였으나 왕은 이제 왕의 아버지가 우리에게 시킨 고역과 메운 무거운 멍에를 가볍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우리가 왕을 섬기겠나이다.” 그 말을 듣고 왕이 삼 일 후에 오라고 한다. 그에게는 지혜롭게 조언할 수 있는 두 그룹의 무리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 솔로몬의 생전에 솔로몬을 섬겼던 노인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충고하여 이 백성에게 대답하게 하겠느냐”, “왕이 만일 오늘 이 백성을 섬기는 자가 되어 그들을 섬기고 좋은 말로 대답하여 이르시면 그들이 영원히 왕의 종이 되리다.” 르호보암은 그 대답이 못마땅했다. 이유는 한 가지다. 섬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영원한 왕의 기쁨을 누리는 것보다 오만한 마음이 그를 지배했다.
자기 마음을 흡족하게 할 친구들에게 다시 물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들이 대답했다. “이 백성들이 왕께 아뢰기를 왕의 부친이 우리의 멍에를 무겁게 하였으니 왕은 우리를 위하여 가볍게 하라 하였는즉 왕은 대답하기를 내 새끼손가락이 내 아버지의 허리보다 굵으니 내 아버지께서 너희에게 무거운 멍에를 메게 하였으나 이제 나는 너희의 멍에를 더욱 무겁게 할지라. 내 아버지는 채찍으로 너희를 징계하였으나 나는 전갈 채찍으로 너희를 징계하리라 하소서” 왕은 그들의 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삼 일 후에 나아온 백성에게 포악한 말로 이렇게 답했다. 그것이 빌미가 되어 나라는 두 동강 났다. 성경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교훈을 들려준다.
정치인들은 우선 국민을 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 국민은 온 국민을 말한다.
르호보암이 노인들의 말을 무시했지만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사회 원로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해야 한다. 그때 나라를 위한 지혜로운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혼란의 시대에도 아직 우리에게 소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소망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안용호 기흥지구촌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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