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 ‘선별 지원’ 기조를 공식화, 전 국민 지급을 외치며 ‘고독한 투쟁’을 해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막판까지 후폭풍을 우려했다. 비록 이 지사의 주장이 여의도에선 소수 의견으로 평가되며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대권을 전제로 보면 오히려 자신의 철학과 색깔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김태년 원내대표(성남 수정),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 당정청 고위 인사들은 6일 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 회의를 열고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계층이나 저소득층에게 우선 지원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세균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청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실업자 등 고용 취약계층,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 피해가 큰 계층을 중심으로 사각지대 없이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대표도 “이번 추경은 전액을 모두 국채로 충당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빚내서 쓰는 돈을 매우 현명하게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 상황”이라며 “그런 점을 감안해 당정청은 실무협의 끝에 더 어려운 국민을 먼저 돕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지원방법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온다. 그 의견들 모두 검토해 당정청이 결론을 낸 이유와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특히 누구도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보편지원을 주장해온 이 지사는 당정의 방침을 수용하면서도 선별 지원이 가져올 역효과에 대해 근심 어린 목소리를 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불환빈 환불균’(백성은 배고픔보다, 불공정한 것에 분노한다)는 말을 인용해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공화국에서 모두가 어렵고 불안한 위기에 대리인에 의해 강제 당한 차별이 가져올 후폭풍이 너무 두렵다”며 세심하고 명확한 기준에 따른 지급을 주문했다.
이 지사의 주장이 정책적으로 반영되진 않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유력 대선주자인 이 지사가 손해 볼 것은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복지정책의 영원한 논쟁거리인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중 자신의 노선을 밝히며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이 대표와의 차별성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경제와 복지정책에 대한 정책 철학이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 지사가 일찌감치 ‘정책적 포지셔닝’을 굳혔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논의 초반부터 막판까지 지원의 사각지대를 우려하며 ‘공정한 지도자’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2차 재난지원금이 선별 지급되면 예상 밖의 사각지대가 상당히 많이 나타날 것”이라며 “1차 땐 받았는데 2차 때 못 받게 되는 국민, 정말 받아야 할 대상인데 받지 못하는 국민의 불만이 어마어마해질 텐데, 이는 향후 대권 경쟁에서 이낙연 대표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반대로 이 지사는 막판까지 소신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우일·이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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