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출소장 인사 검증制, 효과 분석해보자

인사 시스템을 간소화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복잡한 검증 절차가 좋은가. 간소화의 장점은 신속성과 효율성이다. 검증의 장점은 철저한 인사관리다. 제도 자체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순 없다. 간소화해도 철저한 검증은 가능하고, 검증해도 효율성은 기할 수 있다. 얼핏 보면 부질없어 보이는 논쟁이다. 지금 이 논쟁이 경기경찰에 화두다. 경기남부경찰청이 독자적으로 지구대장ㆍ파출소장 인사 검증 절차를 도입하면서다.

지금까지 지구대장ㆍ파출소장 임면권은 소속 경찰서 서장이 가졌다. 8월 중순 인사부터 경찰청이 해당 인사 내용에 대한 심사권을 갖는 제도를 시행했다. 인사 절차가 ‘경찰서장 추천ㆍ지방청 심사ㆍ인사 발령’의 3단계로 바뀐 것이다. 지방청의 심사는 정성평가다. 통계나 양적 자료 이외 업무 적합도에 대한 포괄적 평가를 한다. 초동조치 등 업무 능력, 각종 비위 전력 등이 평가 대상이다. 한마디로 강화된 현미경식 검증이다.

남부청의 입장은 분명하다. 적격자를 엄히 거르겠다는 것이다. 담당 부서인 남부청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일선 서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과거 전력을 확인해 부적격자를 걸러내기 위한 절차다. 최대한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심사할 것이다.” 남부청의 설명을 들어보면 뭐가 문제일까 싶다. 진즉 있었어야 할 제도라는 판단도 든다. 하지만, 일선 경찰서 입장은 다르다.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절차라는 불만이 있다.

정성평가 자체에 대해서 일선 서는 달리 해석한다. 통계ㆍ자료 이외 기준은 대면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 평가에는 소속 경찰서장 위치가 더 적합하다. 굳이 상급기관이 심사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징계 전력 등의 인사 관리도 얼마든지 공유가 가능하다. 역시 심사제 신설의 근거로는 약하다고 일선 서는 본다. 이런 불만의 근저에는 부당한 인사 개입이란 거부감도 깔려 있다. 인사권 박탈이라는 인식이다. 일리 있다.

일방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같은 이유로 양측 모두에 주문할 게 있다.

남부청은 이미 시행한 제도의 실효성을 검토해야 한다. 실익이 크지 않다면 폐지하는 것도 용기다. 경찰서는 기존 제도의 부작용을 자문해야 한다. 남부청이 말하지 않는 제도 취지가 있다. 지구대장ㆍ파출소장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다. 이런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에 명분이 나쁜 제도는 없다. 실제 운용에 따라 개악(改惡)과 개선(改善)이 나뉘는 것이다. 8월 인사에서 ‘존치’ ‘폐지’의 작은 근거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겠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