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액 국비로 충당하던 과수화상병 보상금의 20%를 지방비로 떠넘기려 하자 경기도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미흡한 방역 체계ㆍ개발되지 않은 치료제 등으로 ‘식물성 코로나’라 불리는 과수화상병을 막기 위해 국비 추가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되레 재정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경기도는 “충청북도ㆍ충청남도ㆍ전라북도ㆍ강원도와 함께 ‘국가검역병 공적 방제 손실보상금 국가 지원 유지 공동 건의문’을 작성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건의문은 지난 7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의 전국 농업기술원 회의 이후 추진됐다. 당시 정부 측은 ‘방제 효율성 및 명확한 분담률 설정’ 등을 명분으로 과수화상병 보상금 내 지방비 분담(20%)을 논의했다. 관련 근거를 담은 식물방역법 시행령 개정안도 이달 8일 입법예고했다.
이에 전국 지자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갑자기 매년 수십에서 수백억원의 재정 지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안성에서 최초 확인된 과수화상병은 매년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주로 사과ㆍ배 등에서 발견, 감염시 잎ㆍ가지 따위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붉은 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하며 말라 죽는다.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며, 국가검역병으로서 발병시 과원 전체를 매몰해야(3년간 재식재 금지) 한다. 이처럼 농가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니 전국 보상금 규모도 2016년 29억여원에서 올해(9월 기준) 790억여원으로 5년 사이 27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 경기도에서만 농가 96곳(44.9haㆍ축구장 55개 넓이ㆍ충북에 이어 전국 2번째)이 과수화상병에 걸렸다. 특히 올해에는 경기북부까지 최초로 확산, 안성 35.8haㆍ평택 4.9haㆍ파주 1.8haㆍ연천 1.1haㆍ이천 0.7haㆍ광주 0.6haㆍ양주 0.02ha 등으로 집계됐다. 관련 보상금만 72억여원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확산세(최근 5년간 경기도 피해 규모 4.1배 증가)를 고려하면 향후 보상금 역시 수백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ㆍ이시종 충북지사ㆍ양승조 충남지사ㆍ송하진 전북지사ㆍ최문순 강원지사는 공동 건의문을 통해 ▲치료제가 없어 기본적 통제가 불가능한 현실인데 지자체에 책임 전가는 부당 ▲전염 방지ㆍ대체 작목 지원 비롯해 국가 재정 지원이 되레 필요 ▲동물방역처럼 국가가 방제 체계를 선 구축 등을 강조했다. 해당 건의문은 이달 중순께 정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식물방역법 내 분담 비율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어 시행령 개정을 준비한 것”이라며 “현재 관련 개정안이 입법예고 중이니 의견을 받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여승구ㆍ장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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