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산악 카페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지만 여전히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등산객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뒤풀이까지 즐기면서 다소 완화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속 제2의 산악회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하광교동에 위치한 광교산 일대. 산 입구에서부터 2㎞ 앞 지점까지 왕복 2차선 도로가 빼곡히 들어선 차량으로 가득 차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등산로 초입의 반딧불이 화장실에선 20분 동안 80여명에 달하는 등산객들이 8~9명씩 무리지어 산행을 시작했다. 북적북적한 인파 속 마스크를 아예 착용하지 않은 등산객들이 곳곳에서 쉽게 발견됐고, 그나마 마스크를 착용했던 이들도 산행이 시작되자 하나둘씩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다.
산 중턱에선 벤치에 줄지어 앉은 등산객들이 먹던 초코바를 함께 나눠 먹거나, 준비한 물통 하나를 돌아가며 마시는 등 최근 산악카페에서 터진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무관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등산을 마친 일부는 상광교동 일대 식당가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이어가기도 했다. 식당 입구마다 출입자 명부와 손소독제가 비치돼 있었음에도 대부분 이를 무시한 채 입장했고, 내부에선 10여명씩 다닥다닥 붙어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들은 식사를 마친 뒤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거리두기도 전혀 지키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의 삼성산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에선 지난 3일 수도권 산악카페 관련 집단감염이 발생했지만, 산과 식당들은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뤘다. 삼성산 아래에서 닭볶음탕을 판매하는 한 식당에선 20명 가까이 둘러앉아 뒤풀이를 즐겼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모임을 주도했다는 50대 남성 J씨는 “같이 오나 따로 오나 식당에 앉으면 똑같은데 뭐가 문제냐”며 “우리 중엔 아픈 사람이 없다”고 말했고, 30대 남성 P씨 역시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 놀랐지만 별일 없을 것”이라며 무심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산악카페 관련 확진자는 이날 0시 기준 35명까지 늘었다. 경기도에선 23명이 감염됐고 확진자들의 가정ㆍ회사 등으로 n차 전파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산악카페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유를 마스크 미착용과 산행 후 뒤풀이 등으로 지목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등산이 야외에서 이뤄진다 해도 불특정 다수가 모여 카풀이나 회식을 하기 때문에 감염에 더욱 취약하다”며 “모임 취지에 맞게 등산만 하고 해산하는 등 제2의 산악회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깊은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희준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