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로 떠난 故 홍성숙 경사… 장기기증 새 삶 선물, 마지막 순간까지 빛났다

故 홍성숙 경사(오른쪽)의 남편 안치영씨와 아이. 안치영씨 제공
故 홍성숙 경사(오른쪽)의 남편 안치영씨와 아이. 안치영씨 제공

“푸른 제복의 경찰은 마지막까지 한 생명을 살리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안타까운 사고로 떠나는 순간에도 생명나눔문화에 앞장선 용인서부경찰서 소속 故 홍성숙 경사(당시 42)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지난 11일 수원의 한 카페에서 만난 故 홍성숙 경사의 남편 안치영씨(48)는 세상을 떠난 아내의 이야기를 시작하자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목이 메는 듯 이따금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지만 애써 슬픔을 누르며 안씨는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안씨는 “죽기 직전까지 아내는 우리 아기를 생각했을 것”이라며 운을 뗐다. 故 홍 경사와 안씨의 사이에는 19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있다. 이들에게 이 아이는 말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었다. 2004년 결혼 이후 13년간 아기를 갖기 위해 수십차례 시험관 아기를 시도한 끝에 온 결실이기 때문이다.

힘들게 태어난 아이여서인지 故 홍 경사의 사랑은 남달랐다. 매일 자신의 아이에게는 새 밥만 먹였으며 매번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놀이터와 개울가를 가리지 않고 놀아주었다.

故 홍 경사의 사랑을 하늘이 질투한 탓이었을까. 그토록 행복한 시간도 잠시 안씨의 가족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음주운전 차량이 육아휴직 중이던 故 홍 경사의 차량을 덮쳤던 것. 그 충격으로 故 홍 경사의 차는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차량 2대와 잇따라 추돌했다.

故 홍 경사는 사고 다음날 뇌사판정을 받은 뒤 결국 사망했다.

안씨는 “아내가 사망하자 주변 사람들은 하늘이 아내의 사랑을 너무 질투해서 일찍 데려갔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그만큼 아내의 아이사랑은 각별했다”고 회상했다.

안타까운 사고로 그토록 사랑한 아이를 다시 볼 수 없게 됐지만 故 홍 경사와 유족의 뜻은 또 다른 잔잔한 감동을 낳았다. 고인이 된 홍 경사의 장기를 다른 환자에게 기증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故 홍 경사의 장기는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또 다른 환자에게 이식돼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게 됐다. 떠나는 순간에도 故 홍 경사는 생명나눔문화에 앞장서며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준 셈이다.

안씨는 “평소에 서로 ‘죽으면 장기를 기증하자. 그게 다른 곳에서 또 내가 살아있는 것 아니냐’며 생명나눔문화에 앞장설 것을 이야기 하곤 했는데 이토록 빨리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14년의 긴 결혼생활 동안 못해준 게 너무 많아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다. 아이를 보란듯이 잘 키워낼 테니 지켜봐달라. 많이 사랑했고 좋아했다”고 슬픔을 누르며 담담히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안씨는 “음주운전 사고로 한 가정이 파탄났는데 관련 법은 너무나도 약한 실정”이라며 “법을 강화해 이 같은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故 홍 경사는 지난 2007년의 끝자락인 12월31일 경찰에 입문했다. 어린 아이들,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남달랐던 그는 성남수정경찰서 여성청소년계와 용인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등에 주로 근무하며 성교육과 학교폭력 등에 대한 강의도 활발하게 펼쳐왔다.

‘학생선도’라는 꿈을 갖고 경찰 생활을 이어나간 그는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 경찰청장 표창, 지방경찰청장 표창, 경찰서장 표창 등을 받으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양휘모ㆍ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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