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뒤 ‘조두순’ 돌아올 그곳엔 어린이 시설만 100여곳…맞벌이 부부 ‘공포’

조두순의 최근 모습.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조두순의 최근 모습.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12년 전엔 제가 범행의 대상이 될까 두려웠는데, 이젠 우리 딸이 너무 걱정됩니다.”

14일 오전 10시께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에 위치한 A 아파트 단지. 일곱 살 딸아이의 손을 꼭 잡고 걷던 김지현씨(38)는 “어린 아이, 특히 딸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08년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피해자를 납치ㆍ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던 조두순의 출소가 90일 앞으로 다가왔다. 조두순이 다시 안산에 돌아올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의 아내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아파트엔 불안감이 엄습했다.

1991년 지어진 허름한 A 아파트 단지엔 1천600여 세대가 살고 있다. 50~58㎡의 비교적 작은 평수로 이뤄진 이곳엔 젊은 맞벌이 부부가 유독 많았는데, 일터에 나서면서 아이를 맡겨야 하는 이들의 수요로 주변엔 수많은 어린이 관련 시설이 자리를 잡았다. 단지 내에서만 12곳의 가정형 어린이집이 운영 중이고, 이곳을 기점으로 반경 약 1㎞ 내에 있는 어린이 관련 시설은 100곳 가까이 된다. 시설은 어린이집이 79곳으로 가장 많았고, 유치원 13곳, 초등학교 4곳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어린 아이들이 많은 동네인 만큼 조두순의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9년 전 한국으로 건너온 베트남인 여성 호앙씨(31)는 남편과 맞벌이에 나서느라 단지 내 어린이집에 여섯 살 아들을 맡긴다. 호앙씨는 “아주 못된 사람이 온다고 들었다”며 “누군지 몰랐다가 조두순이 한 짓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단지 내에서 10년째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이세영씨(40)는 “학부모들이 ‘직접 데리러 오기 전까진 지인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해도 절대 아이를 하원시키지 말라’고 당부한다”며 “아무래도 출소를 앞둔 조두순의 나이가 곧 일흔에 가까워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두려움은 극에 달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조두순이 출소해도 별도의 거주 제한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주민들이 믿을 건 CCTV 뿐인데, 4만5천600여㎡에 달하는 단지 내에 설치된 80개 중 보행로 등 야외에 설치된 건 고작 26개다. 또 아이들이 주로 모이는 놀이터 5곳 중 2곳은 CCTV가 아예 없었고, 설치됐다 해도 CCTV가 지면을 향해 45도가량 숙여져 있어 놀이터의 극히 일부분만 촬영하는 상태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조두순이 다시 안산으로 돌아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현행 보호관찰법을 개정해 주거지를 제한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안산시 도시정보센터 관계자는 “주민들의 불안감을 고려해 단지 내 CCTV 추가 설치 등 해결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구재원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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