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흉물 전락한 ‘경인랜드’…철거 문제 놓고 부천시와 갈등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운영이 중단된 부천시 춘의동 경인랜드가 16일 오전 잡초가 무성하고 놀이기구들이 망가진 채 5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조주현기자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운영이 중단된 부천시 춘의동 경인랜드가 16일 오전 잡초가 무성하고 놀이기구들이 망가진 채 5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조주현기자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놀이공원이 5년째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6일 부천시 춘의동 부천종합운동장 북측에 위치한 경인랜드. 내부로 들어서자 빛바랜 표지가 홀로 ‘어서 오세요’라며 반겼고 운행실은 유리 곳곳에 금이 간 상태로 굳게 잠겨 있었다. 회전목마의 지붕 천막은 갈기갈기 찢어지다 못해 삭아서 우중충한 하늘이 그대로 보일 정도였다.

지난 2007년 2천300여㎡ 규모로 문을 연 이곳 놀이공원은 한때 관람차, 범퍼카, 바이킹 등 다양한 놀이기구를 갖춰 가족 단위의 행락객으로 북적였지만 지금은 마치 공포영화에 나올 법한 음산한 모습으로 변한 채 인적이 끊긴 지 오래다.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운영이 중단된 부천시 춘의동 경인랜드가 16일 오전 잡초가 무성하고 놀이기구들이 망가진 채 5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조주현기자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운영이 중단된 부천시 춘의동 경인랜드가 16일 오전 잡초가 무성하고 놀이기구들이 망가진 채 5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조주현기자

경인랜드 대표 이인씨(88)는 은퇴 후 아이들을 위한 제2의 삶을 꿈꾸던 중 부천시의 권유로 부천종합운동장 부지 내 자투리땅에 놀이공원을 조성했다. 수십억원을 들여 4~5개에 불과했던 놀이기구를 15개까지 늘려가며 자리를 잡았고, 2008년부턴 아들 이병삼씨(58)도 아버지 곁으로 와서 일을 도왔다. 이씨의 목표는 단 하나, 아이들이 동심을 키워나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고 누구나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도록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순탄했던 운영도 잠시, 2015년 4월 경인랜드는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부천시로부터 토지점유계약을 끝내겠다는 내용의 공문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경인랜드 측은 당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시 소유 부지에 대한 사용권을 3년(현행 5년) 단위로 갱신해왔는데 시가 불과 6개월을 남겨두고 모든 기구를 철거한 뒤 나가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통상 놀이기구의 내구연한이 30~40년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곳 놀이기구들은 제 역할을 10년밖에 하지 못한 채 철거 위기와 맞닥뜨린 셈이었다.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운영이 중단된 부천시 춘의동 경인랜드가 16일 오전 잡초가 무성하고 놀이기구들이 망가진 채 5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조주현기자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운영이 중단된 부천시 춘의동 경인랜드가 16일 오전 잡초가 무성하고 놀이기구들이 망가진 채 5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조주현기자

그렇게 경인랜드는 2015년 10월 운영을 멈췄고 현재까지 보상 및 철거 문제를 놓고 시와 지지부진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그사이 아이들의 터전은 도심 속 흉물로 변질됐고 주민들은 비행청소년이 모이는 우범지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며 이곳을 피해 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씨는 “들어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전부 철거하고 떠나라고 하니 당혹스러울 따름이었다”며 “바로 옆에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이 들어서는 등 역세권 개발이 시작되니 돈이 되는 시설을 지으려고 내쫓는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천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철거 문제는 법리에 따라 자진 철거가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 밖에 수목사용료 등 남아있는 소송들이 진행 중인데 최대한 원만히 해결하고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운영이 중단된 부천시 춘의동 경인랜드가 16일 오전 잡초가 무성하고 놀이기구들이 망가진 채 5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조주현기자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운영이 중단된 부천시 춘의동 경인랜드가 16일 오전 잡초가 무성하고 놀이기구들이 망가진 채 5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조주현기자

오세광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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