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왕리 음주운전 사망자 유족 “경찰 정보 제공 부실”…중부署 “조사관 조치 미흡" 인정

치킨 배달을 하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50대 가장의 유가족이 경찰에게 사고 경위 등을 정확히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족조차 알 수 없던 정보가 언론을 통해 연일 쏟아지면서 경찰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져 내렸다는 게 유족 측 반응이다.

전문가는 피해자 유족에게 사건 경위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하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16일 사망한 피해자의 딸 A씨(26)는 “우리 아빠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너무 궁금했다”며 “경찰에게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물어보고, 블랙박스 영상도 보여달라고 했지만 제대로된 답을 듣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A씨는 “가해자의 이름이나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물어본 것도 아니고 사건 경위를 알고 싶었던 건데 답답했다”면서 “가해자 일행 4명의 관계 등 사건 경위가 뉴스·신문에 샅샅이 나오는 것을 보고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지 말고, 객관적인 수치는 다 공개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A씨가 사건 경위를 제대로 듣지 못한데는 경찰 내부에 유족에게 사건 내용 등을 명확히 설명토록하는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담당 수사관이 임의로 결정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또는 유가족조차도 제3자라는 이유로 피의사실공표죄를 들어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의사실공표죄 때문에 경찰 입장에선 말하기 어려울 순 있지만, 유족이 용의선상에서 명백히 제외된 경우라면 궁금증을 풀 수 있도록 어느정도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경찰 내부에 훈령이나 지침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블랙박스 영상, 혈중알코올농도 등에 대한 정보는 최근 전달했다”며 “처음에 충분히 설명을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조치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유가족에 대해서 생활비, 의료비, 법률 자문 등을 지원하는 등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A씨의 아버지는 지난 9일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한 벤츠 차량에 치여 숨졌다. 당시 운전자는 만취 상태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 경찰은 운전자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동승한 남성을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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