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것 같아요"…일용직 노동자가 된 코인노래방 사장의 하루

▲ 11일 이진표씨가 평택의 병원 인테리어 공사현장에서 자재를 옮기고 있다.

“죽을 것 같아요. 15년 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기 시작했어요.”

18일 오전 평택시 비전동 한 병원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만난 이진표씨(45)는 긴 담배 연기를 뿜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온몸이 먼지로 얼룩덜룩한 이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위 ‘잘 나가는’ 코인노래방의 사장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매일 새벽마다 새 일감을 찾는 일용직 노동자가 됐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이씨는 부푼 꿈 안고 개업한 코인노래방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했다. 이씨는 모아둔 돈에 대출을 받아 지난해 7월 광주시 오포읍에 코인노래방을 차렸다. 매달 600만원 이상의 수입을 벌어들일 정도로 성공적인 창업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올해 1월 말 등장한 코로나19는 빠른 속도로 이씨를 옥죄기 시작했다. 지난 5월부터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월 매출이 250만원으로 급감했다. 가게 월세 200만원에 저작권료 30만원과 최소 전기세 27만원. 이때부터 이씨의 가게는 적자였다.

▲ 11일 평택의 한 병원 인테리어 공사현장에서 이진표씨.
▲ 11일 평택의 한 병원 인테리어 공사현장에서 이진표씨.

이씨는 틈을 내 목수 일을 배웠다.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해선 코인노래방 수입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는 걸 예견이라도 한 듯이 말이다.

배워둔 목수 일을 써먹을 때는 불행히도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3개월 뒤인 지난달 19일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이씨의 가게를 포함해 고위험시설에 대한 영업이 중단되면서다. 망연자실하며 가만히 멍 때리는 것도 그에게는 사치였다.

이씨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지역에 상관없이 건설현장을 떠돌고 있다. 일을 찾으면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하다. 일감이 없는 날이면 하루종일 체한 것처럼 불편하다고 한다.

그는 “지금 병원 인테리어 공사도 9월에 개원하면 끝인데, 다른 일을 또 찾을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이씨의 ‘임시 일터’는 평택의 한 병원 인테리어 현장이다. 별다른 경력이 없는 그는 현장에서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일을 하는 ‘잡부’다. 주로 목재 재단, 현장 정리 등을 하고 있다. ‘초보 목수’ 이씨는 일하면서 이곳 저곳 다치기 일쑤다.

▲ 올해 초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던 이진표씨와 손님
▲ 올해 초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던 이진표씨와 손님

이씨의 아내는 상처가 가득한 남편의 모습과 함께 땀과 먼지로 범벅된 옷을 보며 우는 날도 허다하다. 이렇게 온몸을 바쳐 하루 일하면 13만원이 이씨의 손에 떨어진다.

이씨는 “주말을 포함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면 한 달에 330만원을 벌 수 있다”면서도 “그래 봤자 대부분이 노래방 유지비로 들어가 쌀 한 가마니도 못 산다. 가게는 못 여는데, 유지 비용은 야속하게도 똑같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정신없이 현장을 뒹굴다 오후 4시30분이 되면 현장 일이 종료된다. 이씨는 퇴근 길마다 매일 자신의 가게를 찾는다. 당장 내일이라도 가게를 열 수 있다는 희망이 발걸음을 가게로 이끈다고 한다.

이씨는 최근 딜레마에 빠져 있다. 빚을 내서 차린 가게를 폐업하자니 철거 비용이 부담이고, 가게를 갖고 있자니 유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생활고에 결국 이씨는 중학생 자녀가 다니던 학원마저 못 보내는 상황이다. 집안의 돈이 될만한 물건을 되팔기까지 하고 있다.

그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라도 해야 한다. 돈이 되는 일이면 다 하고 있다”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김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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