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정승용의 더클래식] 악마의 모습을 한 천재 음악가 ‘파가니니’
문화 정승용의 The 클래식

[정승용의 더클래식] 악마의 모습을 한 천재 음악가 ‘파가니니’

그를 향해 아무리 세상이 냉혹하게 굴더라도, 언제나 묵묵히 바이올린이 가진 그 아름다운 비밀들을 꺼내 보여주고자 했던 니콜로 파가니니(Nicolo Paganini)! 그래서 그의 연주는 오늘날도 이토록 전설 속에서 빛나는 듯하다.

슈만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파가니니의 연주를 직접 들었다. 그 당시 연주자의 길을 걷는 것에 대해 확신이 없었던 슈만은,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확고한 마음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파가니니와 같은 대 연주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3개월 후 이러한 자신의 뜻을 그의 어머니에게 이야기했다 한다.

리스트 또한 비슷한 시기에 파가니니의 믿을 수 없는 연주력과 마주하게 된다. 파가니니의 연주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감동을 받은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에 맞서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굳게 맹세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쇼팽은 니콜라스 1세의 대관식을 보기 위해 바르샤바를 방문했다가 바이올린리스트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게 된다. 악마적인 영광을 안고 있는 파가니니의 연주를 들은 쇼팽은 큰 충격을 받았고, 그 영향으로 <연습곡 작품10>을 작곡했다.

슈만, 리스트, 쇼팽 등 당대를 주름잡은 음악가들에게 단지 연주 한 방으로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바이올린리스트 니콜로 파가니니! 그는 악마의 모습을 한 천재 음악가였다.

오늘날 그의 연주는 수많은 뒷이야기를 남기며 전설로 남아 있지만, 그가 살았던 당시에도 파가니니는 기괴한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무수한 소문을 몰고 다니곤 했다.

화려하고도 초월적인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솜씨를 두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얻어낸 ‘악마적 기교’라는 말들을 한다. ‘피아노의 파가니니’라 불리며 파가니니에 버금가는 연주를 보여 주었던 리스트에게서는 결코 찾을 수 없었던 표현이다.

아마도 악마를 떠올리게 하는, 왠지 섬뜩한 느낌을 주는 그의 외모 때문인지도 모른다.

“파가니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몹쓸 병마로 인한 고통에 괴로워 보이는 그의 몸은 점점 더 말라 가는 것 같았습니다. 움푹 팬 눈과 창백한 얼굴은 검푸른 안경으로 인해 더욱 괴기스럽게 보였습니다. 마치 굶주린 악마처럼 말입니다.”

파가니니의 모습에 대한 묘사는 매번 이러하다.

연주에 있어서는 기가 막힐 정도로 뛰어났지만, 외모는 혹시라도 어두운 뒷골목에서 마주칠까 두려운 그런 비호감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의 이름 ‘파가니니(Paganini)’는 ‘작은 이교도’란 뜻이다.

어쩌면 그의 삶은 이름과도 닮았을지도 모른다. 너무 연주를 잘해 질투의 대상이 되었고, 외모가 흉악해서 사랑을 받지 못했으며, 늘 나쁜 소문에 시달려야 했고, 심지어 죽어서조차 제 몸 뉠 작은 공간 하나 허락받지 못해 그의 유해는 이곳저곳을 떠돌아야 했으니까 말이다.

정승용 지휘자ㆍ작곡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