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은 2015년 3월27일 제정됐다. 원래 김영란법 초안은 ‘부정청탁 금지’와 ‘이해충돌 방지’를 양대 축으로 했다. 하지만 국회심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통째로 삭제됐다.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은 “이해충돌 방지 규정은 반부패정책의 핵심인데 빠져서 아쉽다”고 했고, 일각에선 국회의원이나 가족이 이 조항에 부딪칠 일이 많을 것 같아 뺀 게 아니냐고 했다.
권익위 안에 따르면 공직자는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자신이나 가족이 인·허가, 계약, 채용 등의 과정에서 이익을 보지 못하도록 했다.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은 김영란법과 마찬가지로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과 이들의 배우자, 직계존비속이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장·차관, 판·검사 등 고위 공직자도 포함된다. 그러나 법안은 2015년 7월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좀 더 심사하자”고 한 이후 5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최근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특히 건설업자 출신의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에 비난이 거세다. 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을 지낸 박 의원은 2012년 당선 후 아들과 형 등 그의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들이 국토부와 산하기관, 지자체 산하기관 등으로부터 수주받은 공사가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박 의원은 형법상 직권남용, 부패방지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국회 정무위 활동이 논란이다. 삼성물산 사외이사 출신인 윤 의원이 삼성의 지배구조와 연결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정무위에서 활동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사외이사로 있을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토대가 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고, 이후에도 합병 정당성을 옹호했다. 외교통일위 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으로 제명 처분을 받았다. 김 의원은 남북경제협력 관련 주식 보유 문제로도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국민권익위가 이해충돌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처리되지 않고 국회 임기가 만료됐다. 21대 국회 들어 같은 법안이 다시 제출됐다. 의원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기는 파렴치한 일을 막기 위해 이번엔 반드시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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