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무서운 이웃

‘개팔자’라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사람만 아니라 개에게도 팔자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요즘 북한에서는 애완견을 모두 잡아다 살 처분하고 있다는 보도인데 우리들 애완견은 그런 걱정 없이 사랑을 받고 있으니 ‘좋은 팔자’가 아닌가.

김정은이 애완견 사육까지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에 대한 자본주의 바람이 북한 가정에 스며드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있고 심각한 식량난에 개까지 키우는 것은 낭비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우리 드라마가 암암리에 북쪽에 들어가면서 애완견을 키우는 게 평양 가정에서 유행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는 ‘먹방’이 서리를 맞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먹방이 중국 공산당의 표적이 된 것은 지난 8월11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음식낭비 현상’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는데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회(全人大)는 ‘남는 음식(殘飯)’을 법으로 막는 절차에 들어갔다. 먹방 단속도 시작됐다.

전인대(全人大)는 시진핑 말 한마디에 즉시 행동에 나섰고 거대 중국 대륙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무서운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진짜 무서운 것은 중국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이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를 세상에 알린 젊은 의사 리원량, 우한 현지에서 마구잡이로 환자들이 죽어 가는 장면들을 취재하던 천추스, 팡빈, 리쩌화 등 소위 ‘시민기자 3인방’의 최후가 어떻게 되었는가를 보면, 그리고 홍콩의 끈질긴 자유 투쟁을 끝내 제압하는 과정을 보면 중국 공산당이 무서움을 넘어 공포스럽다. 젊은 의사 리원량은 신종 코로나를 발설했다가 괴담 유포자로 공안에 체포돼 고초를 겪었으며 결국 코로나에 목숨을 잃었다. 지난주 그의 부인은 아기를 낳았는데 남편 리원량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34세의 젊은 변호사로 시민 기자의 한 사람인 천추스 역시 유튜브를 통해 우한 코로나 실태를 세상에 알리다 지난 2월 6일부터 실종됐다고 CNN 등 외신이 전하고 있다. 그는 1월30일 그의 SNS에 올린 글에서 ‘무섭다. 내 앞에는 바이러스가 있고 내 뒤에는 공안이 있다’고 실토하여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그러나 그는 ‘재앙이 있는 전선으로 달려가지 않는다면 내가 무슨 기자냐?’며 거침없이 현장을 누볐고 마침내 2월7일 새벽 우한의 한 병원에 취재하러 갔다가 행방불명 된 것이다. 한 때 사명감도 있었으나 지난 3월 후베이성 정부, 공안, 우한시 공산당이 천추스를 공공질서 문란죄로 재판에 회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게 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의 SNS 계정도 폐쇄 조치했음은 물론이다.

리쩌화 시민기자 역시 ‘중국이 우한의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며 맹열한 활동을 하다 행방불명 됐다가 다시 등장했다. 그런데 그는 지금까지의 태도를 돌변하여 ‘중국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중국 정부를 지지하고 나서 주위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행방불명 된 기간에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말을 바꿨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이 무서운 것 아닐까. 더 무서운 것은 사법부가 자유 민주주의의 원칙인 완전 독립이 아니라 공산당 지휘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여기에서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 받겠는가.

밥상의 남는 음식까지 통제할 수 있고 하루아침에 먹방문을 닫게 하는 나라, 진실을 말하는 기자가 행방불명되는 나라, 그리고 북한처럼 애완견까지 통제되는 나라…. 정말 우리는 무서운 이웃을 옆에 두고 사는 것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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