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제외 5개 팀 2명 고작…고교 지도자들 “선수들 큰 상실감, 진로 지도 난감”
“프로팀들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이렇게 선발한다면 우린 어떻게 선수들을 키우고 진로를 지도하라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네요.”
지난 22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된 ‘2020-2021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끝난 뒤 한 여고팀 감독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비단 이 감독 뿐만 아니라 대다수 여고팀 지도자들이 같은 심정이었다.
여고 배구 감독들이 드래프트 후 이구동성으로 실망감을 호소한 것은 낮은 지명률 때문이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전국 15개 팀 39명이 참여했으나, 6개 여자 프로배구단의 호명을 받아 취업에 성공한 선수는 수련선수 2명을 포함해 13명이 전부다.
이는 33.33%의 지명률로 2009-2020시즌 10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저조하다. 최근 여고 배구선수들의 프로 지명률은 2017-2018시즌 40%, 2018-2019시즌 67.85%, 2019-2020시즌 48.57%로 절반 가까운 취업률을 보였다. 예년에 비해 대어급 선수가 적다고 해도 너무 낮은 취업률이라는 게 고교 감독들의 지적이다.
4라운드로 진행된 이번 드래프트서 수원 현대건설 만이 유일하게 수련선수 포함 3명을 선발했을 뿐, 나머지 5개 팀들은 2명 씩 선발에 그쳤다.
이와 관련 A여고 감독은 “어제 드래프트 후 지명을 못받은 선수들이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프로팀 나름대로 사정은 있겠지만 적어도 각 라운드별 선수 1명 씩은 선발해 줬어야 했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의 꿈을 안고 열심히 운동해온 아이들과 뒷바라지한 학부모들의 상실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B고교 감독도 “고교 졸업예정 여자 배구 선수들의 진로는 프로팀 지명과 대학 진학이 전부인 상황서 프로팀 지명이 13명, 5개 대학으로 갈수 있는 인원이 10명 안팎으로 볼 때 나머지 15명 정도는 배구와 무관한 진로를 찾을 수 밖에 없다”면서 “가뜩이나 저변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팀 유지가 더 힘들어지면 결국 프로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유일하게 3명을 선발한 현대건설 구단 관계자는 “팀에 필요한 포지션 별로 선수를 지명했다. 여자 고교 팀들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프로팀으로서 해야 할 몫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3명을 뽑았다. 앞으로도 고교 배구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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