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위 간척사업으로 건설된 시화호 한가운데 들어선 송전철탑이 흉물스럽다. 2004년 완공된 송전철탑은 육상구간을 포함해 총 137개로 39㎞에 걸쳐 있다. 시화호에는 51개의 송전철탑과 고압송전선이 15㎞에 설치돼 있다. 경관 저해 차원을 넘어 시화호 관광자원화의 걸림돌이고, 철새 서식환경 위협 등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준다.
한국전력공사가 설치한 송전철탑은 설치 전부터 지중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시화호를 가로질러 송전철탑을 설치토록 했다. 2001년 산업자원부와 한전은 ‘장기적으로 송전철탑의 지중화 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조건 하에 설치를 합의했다. ‘시화호 및 주변지역을 이용한 관광ㆍ도시계획 등이 수립될 경우 송전철탑으로 인해 받을 지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는 조건도 첨부했다.
조건부 승인으로 설치된 시화호 내 송전철탑은 지금도 변함없이 서있다. 송전철탑 준공 이후 시화호 인접 안산·화성·시흥시에서 지중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한전은 설치승인 조건인 ‘장기적인 지중화 방안 검토’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설 장소 선정이 어렵고, 지중화 등에 1조원 이상 비용이 든다는 이유를 들며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최근 시화호 주변에 관광지 조성 등 각종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송전철탑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자원공사와 인근 3개 지자체가 ‘서해안 관광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수립, 추진 중이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 시화호 내 시흥 거북섬과 안산 방아머리 2곳을 국가 거점형 마리나항만으로 지정했다. 이에 안산시는 방아머리를 포함한 시화방조제 일대 14만4천여㎡에 마리나항, 레저 선박 계류시설, 호텔, 빌리지 등을 갖춘 대규모 해양관광단지를 2023년 말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수자원공사와 화성시는 시화호 남측간석지 55.64㎢에 화성 송산그린시티를 2030년까지 조성, 수도권 서해안 벨트 거점지역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이에 지자체들은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안산ㆍ화성ㆍ시흥시와 수자원공사는 ‘시화호 송전철탑 지중화 등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주민 숙원인 시화호 송전철탑을 철거하고, 시화호 유역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마련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안산시의회는 지난 8월26일 ‘안산 시화호 유역의 지속가능발전 계획 수립을 위한 특별위원회’ 등 범시민추진단을 구성했다.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시화호를 두 동강 내며 관통하는 송전철탑이 철거돼야 한다. 한전은 지중화에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성공 선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로 송전철탑 지중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한전은 안전성, 경관 훼손, 생태계 위협 등의 문제를 야기하는 시화호 송전철탑을 철거하고 지중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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