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언론 비평지로 1964년 11월10일 창간호를 발행한지 55년 10개월 만인 지난 23일 기자협회보 지령 2천호가 발행됐다. 월간지로 시작해 1968년 주간시대를 열었지만 1973년 다시 월간으로 강제 환원됐다가 1988년 5월부터 주간으로 정착됐다. 1975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전국 일선 기자들의 언론자유 수호운동을 적극 지지하다가 9개월간 강제 폐간됐고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 조치로 협회 회장단과 편집국 기자들이 일부 구속되는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그 해 7월 두번째 강제 폐간됐다. 55년간 모진 풍파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언론 본연의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지령 2천호 발행의 의미는 매우 크다. 언론 자유에 대한 열망, 언론사 조직의 부조리에 대한 도전, 해직 언론인에 대한 연대, 때론 고단한 기자생활의 흔적들이 줄기에서 가지로, 무수한 잎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기자로 살아가기 매우 어려운 시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산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올해 발표한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은 22%로 조사 대상 38개국 가운데 꼴찌였다. 4년 연속 꼴지라고 한다. 언론의 신뢰 회복은 우리 스스로의 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령 2천호 1면 기자의 헤드라인은 ‘기자 사회의 광장이 되겠습니다’이다. 한 줄의 팩트를 건지기 위해 분투하는 기자들,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기자들이 여전히 많다. 기자협회보는 저널리즘이 불신받고 있는 언론 현실을 파고들고 변화를 모색하는 공론장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기자협회보의 다짐이 언론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는 초석이 되길 기대해 본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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