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돈 주고 샀는데…”
화성 능동중 1학년생 자녀를 둔 김미진씨(44)는 최근 쌀쌀해진 날씨에 아들 춘추복을 꺼냈다. 그러나 한 학기 동안 키가 훌쩍 커버린 아들은 교복이 맞지 않았다. 성장기인 학생들에게는 흔한 경우지만 올해는 상황이 특별하다. 코로나19로 등교 개학이 늦어지면서 비싼 돈 주고 맞춘 춘추복을 한 번도 입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도진씨(51)는 지난 1월 수원 영덕고 입학을 앞둔 자녀를 위해 춘추복 두 벌을 18만원 정도에 구입했지만 2학기를 맞아 처음 입혀 본 교복바지가 맞지 않아 온라인 중고거래 커뮤니티에다가 교복 판매글을 올렸다. 서씨는 “아들이 교복(춘추복)을 구입했을 당시보다 키가 10cm가량이나 커서 바지가 맞지 않는다”며 “먼지 하나 묻지 않은 교복을 두고 새로 맞추자니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고 했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10월11일까지 수도권 유치원, 초ㆍ중ㆍ고등학교가 등교를 재개했다. 등교 재개와 함께 어느덧 완연한 가을 날씨에 접어들며 학부모들은 장롱 속 개어놨던 춘추복을 꺼냈다.
그런데 비싼 돈 주고 맞춘 춘추복을 한 번도 입지 못하게 됐다. 3월 개학이 늦어지고 5월부터 온라인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폭풍 성장’하면서다.
경기도교육청이 중ㆍ고등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1인당 30만원의 교복비를 지원해주고는 있다지만 이미 지원금을 모두 소진한 경우가 대다수다. 교복 바지 한 벌만 해도 수만원을 호가하기에 비용 면에서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교복 업체에 따라 재고가 없는 곳도 있어 교복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학부모 사이에선 교복비 추가 지원, 생활복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뷰니티에서도 ‘영덕중 교복 바지 30(치수) 있나요?’, ‘교복 수선비용이 얼마나 나올까요’ 등의 춘추복 관련 게시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학생들끼리 교복 교환 또는 나눠입기 등을 할 수 있는 방안까지 거론되면서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 당국은 추가적인 교복비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1회 한정으로 교복비를 지원했기에 추가적인 지원은 어렵다”며 “학생들의 성장속도를 최대한 고려해 바짓단 수선 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지침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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