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인 불법 추석 현수막 인사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며 삶을 억압하는 가운데 우리의 명절 추석을 맞이하고 있다. 명절의 즐거움과는 달리 5천만 국민의 대명절로 대규모 이동이 연례행사로 이어져 왔기에 방역당국은 이동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온 국민이 인내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참여한 결과 확산세가 진정 중인 시점에 대규모 이동으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처방인 것이다. 이에 많은 시민이 스스로 앞장서면서 추석 명절을 조용히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성숙한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는 달리 시내 곳곳에 나부끼는 정치인들의 추석인사 현수막은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코로나19의 경계심을 강조하는 문구도 일부 있으나 대부분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인사를 통한 자기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절제하고 위로받아야 하는 시민에게는 정치인의 현수막 홍보가 짜증나게 하는 유해물일 뿐이다. 시민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고 진정성 없는 구태적인 정치인들의 자기 홍보에 전혀 관심도 없고 냉소적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의 현수막 정치는 오래된 저질 정치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개선돼야 할 과제 중의 하나이다. 우선 법을 위반한 불법 현수막이 대부분이다. 가장 앞장서서 법을 준수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앞다투며 거리 명소 곳곳으로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불법적으로 걸어 놓고 있다. 편리하고 즐겁게 도시경관을 즐길 수 있는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나아가 보행자들과 운전자들의 시야 확보를 방해함으로써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도시의 안전과 깨끗하고 아름다운 경관 확보와 유지를 매우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임에도 단속의 허점을 이용한 무분별한 행태이다.

정치인들의 불법 현수막은 여러 측면에서 많은 폐해를 주고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에 따른 행정력의 낭비가 심각하다.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거나 폐현수막을 처리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소각할 때 유독물질이 배출되는 등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정치인 개인이 현수막 비용으로 지출하는 것 외에도 많은 사회적 비용이 수반되는 것을 감안하면 과감히 개선돼야 할 구태의 모습이다. 정치인들의 진정한 대안적인 명절인사를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몸소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 돌보고 어려움에 부닥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과 소통하면서 난국의 해법을 찾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20대 식물국회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개혁을 기대하며 출범한 21대 국회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참신한 신진 정치인이 새로운 정치 문화를 선도하면서 우리 정치 수준을 높여 줄 것을 기대했다. 정치 개혁은 구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하면서 이뤄진다. 선거철에 허리 숙여 표를 호소했던 초심을 저버리지 말고 진정으로 민심을 받드는 생활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영혼 없는 형식적인 현수막으로 추석인사를 대신하는 구태보다 민생을 하나라도 더 챙기는 신선한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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