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폐교가 활용처를 찾지 못한 채 수년째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5일 오전 10시께 이천시 모가면 신갈리에 위치한 진가초등학교 모가분교장. 2만7천470㎡에 달하는 학교 부지는 무성한 잡초로 뒤덮여 있었다. 학교 입구 철문은 부서진 채 쇠사슬로 칭칭 감겨 있었고 현판은 낡아서 칠이 벗겨진 상태였다.
숲처럼 변해버린 운동장을 지나 구령대 옆 계단을 오르자 공포영화에 나올 법한 흉측한 모습의 폐건물이 나타났다. 본관 앞에 자리 잡은 이순신 장군과 각종 동물 형상의 조형물 20개는 부서지거나 검게 변색됐고 건물은 전체적으로 페인트칠이 벗겨져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담쟁이덩굴과 거미줄로 가려진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건물 내부엔 청소도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1963년 문을 연 이곳은 2010년 폐교 후 대부(임대)를 통해 치즈스쿨이라는 체험학습장으로 쓰였다. 그러다 2015년 폐교를 임대한 업체가 불법으로 재임대를 내준 것이 적발돼 계약이 해지됐고 지금까지 5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이천교육지원청은 다시 대부공고를 냈지만 번번이 유찰됐고 마땅한 활용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평군 설악면 회곡리의 청평초등학교 회곡분교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1943년 개교한 이곳은 1994년 폐교했다. 이후 5천391㎡ 규모의 부지는 청소년수련관으로 활용됐지만 2010년 임대 종료 후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했다.
대부공고 유찰이 계속되자 가평교육지원청은 부지 매각을 진행했는데 이마저도 경기도교육청의 ‘폐교 매각 불가’ 방침으로 무산됐다. 이곳은 철거를 검토했을 정도로 시설이 노후한 데다 상하수도까지 끊겨 사실상 활용이 불가능한 상태지만 ‘보존관리 중’이라는 명목으로 11년째 방치되고 있다.
이날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폐교 89곳 중 13곳이 미활용 상태다. 이 가운데 8곳은 폐교한 지 10년이 넘었고 특히 5곳은 1990년대에 문을 닫아 폐교 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폐교는 지자체 협약이나 민간 임대를 통해 체험학습장 등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설이 낡고 외진 지역에 있어 대부공고를 내도 유찰되기 일쑤다. 여기에 경기도교육청이 매각까지 막으면서 활용방안 찾기는 첩첩산중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고교학점제 등 미래교육체계가 도입되면 체험학습 공간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폐교 매각을 불허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현재 미활용 상태의 폐교 13곳 모두 체험학습장 등의 운용계획을 완비했으며 이달 내로 시설점검까지 모두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예산 확보가 어려워져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경기도교육청의 결론인데, 폐교가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 하루이틀 된 것이 아닌 탓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교육청 재무담당관 관계자는 “연말까지 각 교육지원청에서 폐교에 대한 세부적 운용계획을 세울 예정”이라며 “지자체 협약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상당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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