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한 무역보복은 과연 우리에 어떤 피해도 주지 않고 있나.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조선업계 역시 최근 1년간 선박 수주량에서 세계 최고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해당 일본 기업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환경을 종합해서 우리가 결론을 내린다. ‘영향 없다’ 또는 ‘제한적이다.’ 과연 그런가. 일본의 무역 보복이 우리 경제에 주는 타격은 전혀 없는 것일까.
현실 모르는 소리다. 수원에서 고압전기 부품을 생산하는 임모씨. 화성에 공장이 1년 넘게 가동을 멈췄다. 최근에는 생산 시설의 부식 등으로 사실상 폐업 단계에 들어섰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박모씨. 중국과 일본을 영업 무대로 하던 박씨의 사업도 사실상 폐업 상태다. 임씨와 박씨 모두 기업의 황폐화는 코로나19 이전 일본 경제 보복부터 시작됐다.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에 묻혀 피해 분석이 혼돈되고 있을 뿐이다.
한일 양국의 무역 충돌의 시작은 아베 전 수상이다. 강제징용ㆍ위안부 판결을 걸고 넘어가며 양국 갈등을 초래했다. 그런 아베 시대가 갑자기 사라졌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새로 취임했다. 겉으로는 변화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대한 보복 조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금이 변화의 기회라는 분석이 많다. 스가 총리가 점차 목소리를 내면서 해빙을 위한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거란 기대다.
이런 때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새로 취임한다. 수원 지역 출신 김진표(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한일의원연맹은 1972년 설립된 조직이다. 경기도 정치와도 인연이 깊다. 문희상ㆍ서청원 전 의원이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고 이병희 국회의원이 간사장을 지냈다. 그런데 이번처럼 기대가 컸던 회장 선임은 없었다. 한일 경제 협력이 최악이고, 한일 정치 대화가 사라졌다. 이를 해결할 책임이 연맹에 맡겨져 있다.
경제ㆍ교육 부총리를 역임한 김 의원이다. 국가 경제의 사령탑 역할이었다. 대통령 국정 자문위원장도 했다. 현 정부의 밑그림을 그린 장본인이다. 국회 내에서는 5선의 최다선 중진이다. 정치권력의 중심에 서 있다. 기대가 크다. 일본 측 역시 ‘(김 의원 선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주위의 전언이다. 기대만큼 결과가 따라줬으면 좋겠다. 일본과의 해빙이 그로부터 시작됐으면 좋겠다.
일본 문제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에는 기댈 게 없다. 항일(抗日)을 역사 정통성의 표식으로 삼고 있다. 정부ㆍ여당은 대일 강경 목소리 일색이다. 일본 수출이 막혀 공장을 닫은 업체, 일본 관광이 막혀 폐업에 내몰린 여행사를 보듬을 목소리가 없다. 처음부터 김진표 의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었을 수 있다. 급한 것은 시작이다. 일본에 가든, 한국에 부르든 대화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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