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이런 음악 어때요? - 함신익 심포니 송 예술감독

음악은 일상에서 위안을, 때론 희망을, 때론 기쁨을 준다. 오늘은 수많은 일상에서 삶을 더 뜨겁게 해줄 음악을 추천해 본다.

엄마를 뵙고 떠날 때, 요하네스 브람스의 교향곡 3번 중 3악장을 추천한다. 엄마를 잠시 뵌 후 작별을 아쉬워하며 사립문 앞에서 손 흔드시는 엄마를 돌아보기엔 눈물이 쏟아질 것 같고 그냥 떠나려 하니 그 모습을 다시는 뵐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작은 일에도 우리의 선택은 언제나 죄송하고 아쉽다. 작별 후 자동차 안에서 브람스를 들어보자. 중후한 호른과 촉촉하게 젖어드는 첼로의 조화에 우리의 눈물이 더해져 포근한 위로가 넘치는 따뜻한 6분이 될 것이다.

월요일 아침 또는 긴 휴가 후의 출근길은 언제나 버겁다. 이땐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오케스트라 모음곡 2번 나 단조 BWV 1067을 추천한다. 바흐의 음악은 인간의 영혼을 맑게 변화시킬 수 있다. 그의 음악은 서양음악의 정통성을 보여주는 교과서이다. 바흐의 오케스트라 모음곡 2번은 7개의 짧은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침착하고 안정감 있는 서곡으로 시작하여 화려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춤곡으로 변화되어 가며 후반으로 갈수록 상큼하며 즐겁게 끝을 맺는 20분 정도 길이의 명품이다. 주역은 플루트 독주인데 새처럼 가볍고 청명한 음색이 다양한 리듬과 섞여 명랑한 라인을 타고 매끈하게 흐르며 풍성한 앤돌핀을 솟아나게 한다.

프러포즈를 앞두고 있는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중 3악장 아다지오를 추천한다. “나의 청혼을 받아 주시겠습니까?” 일생일대의 절박한 순간이다. “네, 당신과 결혼하겠습니다” 라는 대답을 획득하기 위해 배경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될 것이다. 더욱이, 긍정적인 대답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대 앞에서는 더욱 초조하다.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은 듣는 사람 모두에게 가슴까지 스며드는 감미로움을 전달할 수 있다. 프러포즈 하기 약 20초 전, 준비된 스피커를 통해 클라리넷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이어지는 현악기의 따뜻한 음색이 흐를 때 행복과 감동의 눈물을 억누를 능력을 갖춘 사람은 없다. 혹시 의도와는 다르게, “아니요, 당신과 결혼할 생각이 아직 없습니다” 라는 잔인한 반응을 받게 된다면 눈물을 흘리며 절망적 슬픔을 표현하라. 마치 토스카를 향한 마리오의 불타는 사랑 고백 같은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낼 수도 있다. 혹시 그런 진실된 눈물로 인해 굳어진 그의 마음을 녹일 수도 있지 않을까? 곡의 길이는 15분. 진실된 프러포즈에 충분한 시간이다.

입사시험 또는 입학시험 최종 면접 하루 전 저녁이라면 프란츠 폰 쥬페의 경기병 서곡을 들어보자. 쥬페는 오페라보다 짧고 가벼운 가극 장르인 오페레타 작곡가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단순하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친숙한 선율의 원숙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8분의 짧은 서곡 안에 고난을 이겨내는 승리를 위한 각오, 그리고 영광과 번영을 향한 당당한 행진을 흥미진진한 파노라마 형태로 이끌어간다. 걱정과 염려로 그득 찬 먹구름을 넘어 푸른 창공을 뛰어오르는 슈퍼맨이 되어 있는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로 힘들고 외로운 인류와 희생자들, 대한민국의 선량한 시민들, 그리고 헌신하는 의료진을 위로할 때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중의 4악장을 추천한다. 28분 정도의 길이이다. 두 번 이상 들어야 효과가 있다. 베토벤이 각색한 가사의 주요내용은 “형제여, 기쁜 노래를 부르자. 이 입맞춤과 포옹을 온 세계를 위하여”이다. 고통과 절망의 순간에도 인류의 화합과 사랑을 강조한 선배들의 지극한 정성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깊고 진하며 영원하다.

함신익 심포니 송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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