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가수는 무대에서 노래와 함께해야

권력에 따라 춤추고 예체능의 놀이터처럼 변해버린 한국의 방송은, 철 지난 정보를 제공하며, 변화라며 정도나 표준의 일탈을 서슴지 않고, 강자에 굴하듯 객관성을 버리는 태도마저 보이고 있어, 국민의 화합을 저해하고 언행마저 가볍게 만들고 있다.

방송의 새로움은 놀고먹자는 것과 준비 안 된 자들의 거침없는 진출이다. 예체능인들과 주변인들의 오락에 요리와 음식, 언제부턴가 개와의 공생마저 중요한 방송거리라며 주요 시간대를 점하고 있다. 식상하기만 한 출연자들의 놀이와 수다, 고향 엄마의 요리 솜씨를 망각한 듯, 이름만 고상한 세프라는 감히 상대도 되지 않을 자들의 요리자랑에 방송시청은 안녕이다. 잘 시청하지 않는 국민의 수준을 이해한 듯 방송은 관계자들만이 북 치고 장구 치는 놀이터로 변질되어 소중함을 몰랐던 자연처럼 파괴됨을 느낀다.

방송이 올바른 공공재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충분한 훈련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신뢰 받는 정보전달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일천한 경험에 준비 안 된 젊은 남녀의 방송 진행은 단순전달에 언어조차 가벼워 어설프기만 하다. 인기인을 내세우는 손쉬운 방법으로 그저 놀고 먹거나 가치 없는 정보나 전달하는 방송과 출연자들에 허탈함을 느끼지만, 그래도 분노는 남아있는 애정의 표현으로 그마저 없어진다면 방송은 영영 국민과 이별일지도 모른다.

나훈아가 나온다 하여 오랜만에 음악방송을 시청했다. 대중음악이 줄 수 있는 최고의 감동을 선사했다 자평한다. 노래 외에도 연출 등 전체적으로 훌륭하여, 그간의 개그 희극 프로그램처럼 가수들의 노래보다 불필요한 양념만을 선사하는 주객이 전도된 볼썽사나운 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훈아의 언어와 행동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가수답게 무대에서 노래와 함께 말하고 있다. 일탈하지 않고 가수의 길만을 걸어온 자의 깊은 삶에서 나오는 발언이어서인지 무겁게 다가온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망국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위정자며, 국민의 눈높이를 외면하는 KBS며, 근거 없는 소설을 쓰는 기자며 그의 일침이 노래가 주는 감동과 똑같은 무게로 전달된다. 늘 자기 자리를 지키는 자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단순한 재미나 선사하는 오락예능프로그램이 아니라 예체능인은 자신의 무대에서 능력으로 말해야 함도 일깨워준다. 가수는 노래로, 배우는 연기로, 스포츠인은 스포츠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함을 말이다.

국민들은 나훈아에 열광하듯 또 다른 출중한 가수를 갈망한다. 자신들의 세계를 갈고 닦아 결실을 이뤄내면 누구라도 나훈아와 같은 무대를 연출하며 국민들의 환호를 받을 것이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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