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카리브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에피소드3-①

맨 꼭대기 층에 헤밍웨이가 아바나에 있을 때 머물렀다는 암모스 문도스 호텔 전경

어제와 그제는 아바나 하늘이 맑아 도보 여행에 좋은 날씨였으나 오늘은 카리브답지 않게 흐리고 바람까지 불어 비가 내리지 않을까 염려하자 카사 주인은 건기라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여행자의 거리 오비스포는 이른 시간이라 한산하다. 관광객은 늦잠 자는지 길 양쪽에 늘어선 레스토랑에선 종업원만 영업 준비로 분주하다. 오늘따라 이 길은 헐렁한 옷을 입은 듯 편안하게 골목길을 걷다 허전함을 느낄 즈음 어디선가 갓 구운 고소한 이스트 냄새가 좁은 길을 따라 흐른다.

무심코 ‘산호세’ 빵집으로 들어서자 효모 냄새가 더욱 코를 자극하고 침샘에서 침이 솟구친다. 광주리에 담긴 빵은 화려함보다 소박하고, 예쁘게 보이려고 모양을 다듬지 않았어도 담백한 손맛이 절로 느껴진다. 하얀 벽면엔 유기농이니 몸에 좋은 것을 넣었다는 광고성 글귀도 없고 토핑 올린 빵도 찾을 수 없는 것을 볼 때, 인공 첨가물은 사용하지 않고 천연재료만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빵은 돌아다니다 허기지면 커피나 음료수와 함께 손쉽게 먹을 수 있다. 여행지에선 아침에 만나는 첫 가게에서 비상식량처럼 그날 먹을 빵을 사는 습관이 있다. 오늘 만난 이곳은 헤밍웨이가 아바나에 머물 때 머문 암보스 문도스 호텔 바로 옆에 있어 혹시 그도 먹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빵 몇 개를 산다.

▲ 암모스 문도스 호텔 입구에 헤밍웨이가 이 호텔에 머물렀다는 기념 현판
암모스 문도스 호텔 입구에 헤밍웨이가 이 호텔에 머물렀다는 기념 현판

오비스포 골목 끝자락에서 ‘콜로니얼 시대’(1511∼1898) 스페인이 가장 먼저 만든 아르마스 광장을 찾는다. 이 광장은 아바나가 조성된 직후 공공기관 관리와 군인이 머물 주택과 함께 1519년에 건설했고 16세기 후반에는 사열과 훈련 공간으로도 활용했다.

광장 정면에는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 ‘빨라시오 데 로스 까피타네스 헤네랄레스’ 가 있다. 1776년에 짓기 시작해 1792년에 ‘카사스 아리고리’ 총독이 거주할 때까지도 완공하지 못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당시 최고의 재료로 짓기 위해 자재 대부분을 스페인에서 가져왔다. 벽돌은 말라가 철재는 빌바오 대리석은 제노아에서 가져왔으며 노동력은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노예가 동원됐다. 이 건물은 콜로니얼 시대부터 현대까지 쿠바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처음에는 스페인 식민 정부 본부가 있었고 그 후 미군이 사용했다. 쿠바 정부가 회수한 후에는 대통령집무실과 아바나 시·의회가 사용했으나 지금은 역사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콜로니얼 시대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꼭대기 층에는 총독과 가족이 사용했던 여러 형태의 가구와 다양한 장식을 보존하고 있어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 오피스포 거리 끝자락에 있는 ‘산호세 빵집’
오피스포 거리 끝자락에 있는 ‘산호세 빵집’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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