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들, 보장구 고칠 곳이 없다...비장애인 문제였어도 이랬겠는가

6일 본보 월례 특강이 있었다. 강사로 김경원씨가 초대됐다. 김씨는 뇌경변 장애자다. ‘발음이 부정확한 점을 이해해달라’며 시작했다. 편의점을 못 간다고 했다. 턱을 넘지 못함을 말했다. 공감해야 한다고 했다. 비장애인에 대한 그의 설명이 절절했다. ‘非(비)’ 장애인이 아니라 ‘備(비)’ 장애인이라고 해석했다. 누구나 나이를 들면서 장애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눈앞의 장애인 고통에 모두 공감해야 한다는 호소다.

참석자들에 큰 감동을 줬다. 하루 뒤 본보가 장애인 문제를 보도했다. 장애인 보장구 수리 문제다. 전동휠체어ㆍ보청기ㆍ음성 시계 등이 보장구다. 중증장애인이나 노인의 편의를 돕는 기구다. 당연히 기계적 결함이 발생한다. 계속 사용하려면 고쳐야 한다. 승용차 사용자가 차를 고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고칠 곳이 없다. 있기는 한데,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전문가가 없거나 있어도 상근하지 않는다.

도내 장애인 보장구 수리센터는 대략 30여개다. 도에서 사업비를 지원해 운영하거나, 시각ㆍ청각 장애인단체들이 지회별로 운영하거나,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한다.

장애인 자립생활센터가 운영하는 곳은 광명ㆍ안산ㆍ고양 등 11개 지역 12곳이다. 경기도지체장애인단체 내 수리센터가 11곳이다. 도 전역에 산재해 있는 장애인의 수를 감안하면 턱 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이보다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수리 기사가 없거나 상근하지 않는다. 3명이 근무하는 곳도 있긴 하다. 극히 일부 수리 센터다. 1명이 배정된 곳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상근하는 수리기사가 없는 곳이 허다하다. 수리 물량은 센터 1곳당 대략 50여건이다. 제때 수리를 받을 수가 없다. 다급한 장애인들은 결국 엉뚱한 곳을 찾는다. 시중 자전거 수리점이다. 참 어이없지 않나. 지원금은 센터로 가는데, 실제 장애인들은 자전거포를 찾고 있다.

장애인들의 현실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 장애인 보장구 수리 센터의 수, 실태 등을 확인할 곳도 없다. 김경원 강사의 호소가 괜한 소리가 아니다. ‘장애가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러겠습니까.’ 비장애인에게 승용차는 생활의 일부다. 승용차는 고장 난다. 만일, 그 수리점이 31개 시군에 서른 곳뿐이라면, 그나마 수리기사가 없다면 어떻겠나. 당장에 난리 나지 않겠나. 장애인 보장구, 고칠 곳을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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