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취재팀이 반월산업단지 내 한 사업장을 찾았다.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스프링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22명의 직원 가운데 16명이 50대 이상이다. 46세 근로자가 본인이 막내라고 소개했다. 여기만의 얘기가 아니다. 반월산업단지 전체가 ‘늙어가고’ 있다. 15~34세 근로자가 12.6%에 불과하다. 전국 근로자 평균 15.1%보다도 낮다. 같은 수도권에서도 서울(22.1%)보다 한참 떨어진다. 인접한 부평지역 (14.1%)보다도 낮다.
반월산업단지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산실이다. 기본적으로 젊은 근로자가 많아야 한다. 반월산업단지가 늙어간다는 것은 결국 한국 제조업의 중심이 쇠락하고 있음을 말한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정부도 잘 안다. 그래서 부양책을 내놨다. 2018년 시행한 청년친화 산단 조성 사업이다. 젊은 근로자들이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이다. 돈도 많이 썼다. 반월시화공단에만 875억원을 쏟아 부었다. 아무 효과가 없었다.
애초에 집중과 선택에 실패한 예산 집행이다. 집적 시설ㆍ기업지원시설 확충 등을 위한 산업단지 환경개선 펀드에 797억원을 썼다. 휴ㆍ폐업 공장 리모델링에 38억원, 복합문화센터에 40억원을 썼다. 펀드 예산으로 지어진 오피스텔이 있는 데 곳곳이 비었다. 여가 생활을 즐길만한 문화ㆍ체육 시설도 없다. 근로자들에게는 사실상 수용소나 다름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청년을 위한 지원인지, 기업인을 위한 지원인지 도통 헷갈린다.
요즘 청년들이 중요하게 따지는 구직 조건은 여가생활이다. 휴가ㆍ복지를 따져 묻고, 생활환경 등을 선택한다. 이런 기본적인 고려가 전혀 되지 않은 ‘875억 퍼붓기’였다. 만일, 그 대상이 화이트칼라 청년 근로자들이었어도 이렇게 했을까. 문화ㆍ체육 시설도 없는 숙소 만들어 놓고 들어가 일하라고 했을까. 반월산업단지가 늙어가는 것을 모두 정부에 탓으로 돌리려는 건 아니다. 해소한다며 875억원을 헛되이 쓴 걸 지적하는 것이다.
농촌 일손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상정된 지 아주 오래다. 이제 그 고민을 산업단지 고령화에도 가져가야 한다. 천근만근 공작기계를 다루는 공장에 20대 젊은 근로자가 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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