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늘고 월세가격은 하락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지역 대학가 원룸촌이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의 부동산법 개정 이후 전세와 투룸·스리룸 월세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지만, 대학가 원룸촌은 비대면 수업 확산으로 수요가 급감하며 가격은 하락하고 공실률만 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찾은 안산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 인근 원룸촌. 골목 사이사이 모든 건물마다 ‘임대 문의’, ‘빈방 있습니다’가 적힌 플래카드가 즐비했다. 지난해까지 이 근방 원룸의 평균 월세 가격은 40만원 선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학기 중에는 방을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지속하며 월세가 5~10% 하락했다. 월 임대료는 36~38만원 선으로 가격은 내렸지만 집을 구하는 사람이 없어 원룸촌의 공실률은 30%에 육박한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원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인근에는 수도권 대학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20만원대 원룸도 등장했다. 코로나19 이전 이곳의 다세대 주택 원룸 월세는 30~40만원 선이었다. 지금은 수요가 급격히 감소해 임대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20만원대까지 낮췄지만, 입주율은 70%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인근의 경기대학교 원룸촌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부동산 관계자는 100여건의 원룸 계약을 했던 지난해 대비 거래량이 5분의 1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주변 상가 공실률도 10~15%에 육박하지만, 원룸 계약에 대부분의 수입을 의존하는 대학교 인근 부동산의 특성상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대 앞에서 33년째 부동산을 운영 중인 은희경씨(64)는 “임대인들이 월세 가격을 낮춰주고 싶어도 방 계약을 하려고 찾아오는 손님이 전무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어디를 가든 학생들이 많아 활기차던 지난해가 그립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슈로 전·월세 거래량이 전체적으로 감소한 데다 저금리 기조로 임차인의 전세 선호 현상이 지속하고 있어 원룸 가격이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가 완화돼 대학들이 대면 강의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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