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요린이·헬린이’ 신조어에 담긴 불편함

어느 날 우연히 초등학교 주변을 걷다가 많은 양의 담배꽁초와 담배갑을 본적이 있다. 초등학교 주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또 초등학교 인근 불법주차, 아이들의 키에 닿지 않는 엘리베이터 버튼과 각종 대중교통 손잡이가 생각났다. 기억을 되새기면 나도 어렸을 때 겪었던 불편함인데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동의 인권의식이 높아져 가는 지금도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상생활 속에서 각종 시설물은 성인 키에 맞춰져 있어 아동들은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을 씻을 때도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손을 씻을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버스와 지하철의 손잡이, 자동문의 버튼 등 아동들은 성인들이 당연히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들을 힘겹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초등학교 주변 불법주차, 학교 및 어린이 놀이터 주변 흡연, 아동을 위한 여가시설 부족 등의 아동들과 밀접한 곳에서도 아동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아동들의 어려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편견과 차별로 고통받고 있다. 최근 아동에 대한 편견이 담겨 있는 표현이 유행이다. 신조어 ‘헬린이(헬스 입문자)’, ‘요린이(요리 초보자)’ 등 특정 분야의 초보자, 입문자를 지칭하는 ‘~린이’ 형태의 신조어는 아이를 부족한 존재, 미숙한 존재 불완전한 존재라는 편견을 심어준다. 이런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아동에 대해 미숙하다, 부족하다는 시선들은 사회에 만연해 있다. 그래서 아동들은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인들보다 자신의 의견을 펼칠 기회가 적고 만약 아동들이 의견을 낸다고 하더라도 아동들은 미숙하다, 잘 알지 못한다 등과 같은 편견으로 인해 그들의 의견들은 잘 반영되기 어렵다. 그러나 아동이 느끼는 어려움이나 문제점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아동 그 자신들이다. 그래서 아동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아동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펼칠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아동을 위한 정책들, 아동을 위한 시설건설에 관해 아동의 의견을 듣는다면 진정으로 아동을 위한 정책과 시설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성인들은 아동을 불완전하고 부족한 존재라고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 편견을 버리고 아동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의견을 듣고 아동의 시선에서도 바라보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아동과 성인이 무시 없이 존중하며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다 보면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차혜영 평택 라온고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