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법 어기고 쪼개기 수의계약"
지난해 3월 개원한 수원고등법원이 차관급인 법원장실에 5천290만원어치 가구를 들여 놓으면서 중견기업과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원고법과 수원지방법원, 수원가정법원 8개실이 이 같은 수의계약으로 가구를 사는 데 쓴 예산은 3억원에 달했다.
20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수원갑)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수원고법은 지난 2018년 11월 법원장실(5천290만원), 사무국장실(3천57만2천원)에 들여놓을 가구를 A업체와 수의 계약했다. 또 수석부장실에 필요한 가구는 B업체와의 수의 계약(4천66만7천원)을 통해 샀다.
수원지법 역시 지난 2018년 11월 A업체와 8천347만2천원(법원장실 5천290만원, 사무국장실 3천57만2천원) 상당의 가구를, B업체와 4천66만7천원(수석부장실) 상당의 가구를 각각 수의 계약했다. 수원가정법원도 법원장실과 사무국장실에서 총 4천856만8천원어치 가구를 A업체에게 사들였다.
김 의원은 법원 측이 ‘쪼개기’ 수의 계약을 통해 특정업체 가구들을 구입했다고 비판했다. 이를테면 수원고법 법원장실의 경우 책상과 보조데스크, 3단서랍 등 15종의 가구를 별도 계약했다는 게 김 의원 지적이다.
특히 김 의원은 수원고법과 수원지법, 수원가정법원에 가구를 납품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 업체가 실제로는 해당 가구들을 생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원에서는 A·B업체 등 두 곳과 가구를 수의 계약했다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중견기업인 C업체 제품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법원 제출자료에 계약업체(A·B업체)만 명시했을 뿐 제조업체 표기란에 ‘자료없음’이라고 표기한 것에 주목해 해당업체의 생산품목을 조사한 끝에 해당 기업이 법원에 납품한 가구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판로지원법상 가구류와 같은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은 수의계약을 하더라도 대기업, 중견기업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 또 계약업체가 그 제품을 직접 생산한다는 ‘직접생산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의 가구 구입비는 장관실 2천391만9천890원, 제1차관실 1천460만9천910원, 제2차관실 1천603만1천390원으로 나타났다. 차관급인 수원고법·지법 법원장에서 사용한 가구 구입비가 문체부 차관실 가구 구입예산의 3배, 문체부 장관실의 2배가 넘는 셈이다.
이와 관련,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수원고법 등에 대한 국감에서 “가구 관련 상세 내역에 A업체가 만든 여러 제품을 샀다며 모델명까지 적어서 제출했는데, A업체엔 없는 제품들”이라며 “의원실에 준 상세 내역이 가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면서 법원이 법을 지키라고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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