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우리말과 한글이 빛나는 국제도시로

신문과 방송에서, 거리에서, 또 다른 여러 곳에서 이런 식의 말과 글을 자주 보고 듣는다.

수목식재, 척사대회, 음용수, 클린업 데이, 에코 프리 학교, 수분을 제거한 뒤 쓰레기를 배출합시다….

이들을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쓰는 우리말로 바꾸면 대략 이럴 것이다.

나무심기, 윷놀이대회, 마시는 물, 대청소의 날, 금연 실천 학교, 물기를 빼고 쓰레기를 내놓읍시다….

이렇게 바꿔 쓰면 뜻이 분명해지고,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것이다. 그럼에도 쉬운 우리말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어려운 한자어나 뜻 모를 외국어들이 갈수록 기승을 부린다. 공공기관들만이라도 신경을 써주면 좋으련만 오히려 한 술 더 뜨는 느낌을 준다.

송도 워터프론트사업, 송도 AI 트리플파크, 계양 테크노밸리, 그린 뉴딜….

이런 말을 보거나 듣고 무슨 내용인지 한 번에 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쉽고 고운 우리말이 있는데도 왜 굳이 이런 말들을 쓰는 것일까.

아마도 그래야만 품격 있는 국제도시가 되고, 말하는 사람도 교양과 학식이 있게 보일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국제화·세계화란 서로가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각자 잘 발전시키고 존중하면서 조화롭게 섞여 사는 것이지 내 것을 버리고 남의 것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바로 이 뜻이다. 될수록 쉬운 우리말과 우리 글로 생각과 세상을 표현하려는 노력이야말로 국제화·세계화를 향한 기본적 자세라고 생각한다.

“지혜로운 자는 아침나절이 다하기 전에 깨치고, 어리석은 자라도 열흘이면 가히 배울 수 있다.”(훈민정음 해례본에 정인지가 쓴 서문 중)

우리 사회가 문맹(文盲)이 거의 없음을 세계적인 자랑거리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렇게 쉬운 한글 덕분이다.

그런 우리가 이제는 우리 입으로 말하고, 한글로 써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새로운 문맹 시대’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이대로 그냥 둬도 정말 괜찮은 것일까.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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