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은 거침이 없었다. 자신을 향한 의혹을 ‘중상모략’이라고 했다.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해서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힌 건 법무부다. 이를 놓고 윤 총장이 “‘중상모략’이라는 표현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고 표현했다. 관련 발표를 한 곳은 법무부다. 결국, 법무부 발표를 ‘중상모략’이라고 평한 것이다. 국감장이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나온 윤 총장의 작심 발언이다.
윤 총장의 입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총장 수사 지휘권 박탈)을 불법 소지가 높다고 평했다. ‘수사지휘권은 장관이 의견을 낼 필요가 있을 때 검찰총장을 통해서 하라는 것이지 특정 사건에서 지휘를 배제할 권한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대부분 법률가가 검찰청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검찰 조직이 너무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에 쟁송절차로 나가지 않는 것’이라고도 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불법이지만 혼란을 고려해 참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추 장관을 향한 더 직접적인 발언도 있었다.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장관의 부하라면 정치적 중립과 거리가 먼 얘기가 되고 검찰총장이라는 직제를 둘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사퇴설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예상보다 훨씬 강한 발언 수위다. 사실상 대놓고 밝힌 장관 공격이다.
지난 6월 추 장관의 발언이 떠오른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제 지시의 절반을 잘라 먹고, 틀린 지휘를 했다. 장관 말을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며 비난했다. 차라리 모욕에 가까운 표현이었다. 4개월여의 시차로 연결된 맞대응이다. ‘총장은 내 말 잘 들으라’(추 장관)와 ‘나는 장관 부하 아니다’(윤 총장)라는 말싸움이다. 국감장에서는 여야간에 ‘부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하(部下)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밑에 딸리어 그의 명령(命令)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다. 행정체계상으로는 총장은 장관의 명령을 받는다. 부하의 개념에 가까울 수 있다. 수사절차상으로는 장관이 총장을 일괄 지휘하지 못한다. 부하라는 개념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장관과 총장이 이렇게 충돌하는 현실이다. 침묵하던 윤 총장의 이날 발언으로 이제 추미애ㆍ윤석열 갈등은 공개 충돌 수준으로 갔다.
법치의 상징인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다. 이 둘의 관계가 노골적인 ‘적(敵)’으로 변한 셈이다. 법(法)이 국민을 걱정시키는 지경이다. 이런 정부가 있었나.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게 확실하고, 해외에서도 딱히 기억나는 사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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