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월시화산단의 몰락, 국가경제 위기 부른다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가 무너져가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안산시와 시흥시를 먹여 살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으나 산업단지의 노후화ㆍ영세화로 생산성이 저하되면서 활력을 잃었다. 반월시화산단을 혁신을 통해 재건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고 결국 제조업의 몰락을 부를 것이다. 국가산단의 위기는 곧 국가경제의 위기다.

안산(반월)과 시흥(시화) 산업단지는 1970년대 중반에 조성돼 40년이 넘었다. 90년대 중후반까지 발전을 거듭했던 산단은 산업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규모있는 기업들이 중국, 베트남 등 인건비가 싼 해외로 떠나면서 산단에는 R&D 기능이 약한 중소기업들만 남았다. 이후 시설의 노후화와 인력의 고령화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영세기업만 늘면서 점점 더 퇴락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혁신을 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상황은 계속 악화됐다.

시화노동정책연구소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월시화산단 내 5인 미만 사업체가 무려 61%에 이른다. 5인 이상 10인 미만은 19%, 10인 이상 30인 미만은 12.5%를 차지한다. 산단이 영세한 제조업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가동률과 고용률이 크게 떨어진다. 반월시화산단의 생산액은 6년 만에 26조원이 감소했고 수출과 가동률 모두 하락했다.

정당 대표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어쩌다 한번씩 반월시화산단에 들러 현장 간담회를 갖고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첨단제조업 위주로 체질개선을 하겠다”, “획기적 전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노력하겠다”, “이곳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아진 것이 없다.

정부가 2009년 반월시화산단을 ‘구조고도화 시범단지’로 선정, 2014년부터 혁신산업단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노후화된 산단에 지식산업센터, 창업공간, 오피스 등의 정규공간, 기업지원시설 등을 건립해 환경개선을 통한 산단의 구조고도화를 이루겠다는 것인데 진행도 느리고 면적도 전체의 10%가 안된다. 정부가 반월시화산단의 재건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긴 했으나 열악한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반월시화산단을 이런 식으로 방치해선 안된다. 체질개선 작업이 시급하다. 현재 대량생산기반의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생산중심형에서 제조-서비스 융복합의 도시형 산업단지로 전환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제조업체들도 유통과 물류 중심의 기업으로 전환을 모색, 청년층이 선호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산단과 대도시를 연계하는 교통, 주거 문제 등 정주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ㆍ예산 지원 또한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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