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7개월 만에…용인 야생조류 분변서 검출
반경 10㎞ 내 가금류 농가 62곳 3주간 이동제한
코로나로 닭 유통가격 작년比 반토막 '설상가상'
충남 천안에 이어 용인까지 올 들어 2번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경기지역 가금류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것은 지난 2018년 3월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29일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C 양계장 주변에는 하얀 생석회 가루가 뿌려졌다. 지난 24일 청미천 부근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 대해 전날 고병원성(H5N8형) 조류인플루엔자 확진 판정이 내려지면서다. 바이러스가 검출된 곳에서 불과 4㎞ 떨어진 이곳은 모든 차량의 접근이 제한됐고, 양계장에서 나오는 분뇨 배출마저 금지됐다.
2만㎡에 달하는 계사에선 닭이 내는 소리보다 주인의 한숨이 더 크게 느껴졌다. 21년째 양계장을 운영 중인 김씨(70)는 “살충제 파동으로 곤두박질 친 계란의 원가가 이달 들어서야 회복됐는데 곧바로 AI가 터지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국내 생산 계란은 생산일자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는데 3일만 지나도 유통업계에서 받아가지 않는 탓에 모두 폐기해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바이러스 검출 지점의 반경 10㎞를 방역 집중지역으로 정하고 반경 500m 내로는 사람과 차량의 출입금지 명령을 발동했다. 이 같은 조치는 바이러스의 잠복기를 고려해 21일간 유지된다. 이 기간 양계장에서 육계와 계란 등을 출하하려면 축산위생연구소에서 일일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출하가 불가능한 셈이다.
김씨 농가에서는 닭 27만여마리가 하루 평균 24만개의 계란을 낳는데, 개당 생산원가를 100원으로 따지면 향후 21일간 발생할 손실은 5억여원에 이를 전망이다.
앞서 용인시는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확인된 직후, 고병원성 여부와 관계없이 미리 방역조치에 나섰다. 반경 10㎞ 내에 포함된 농가 39곳(가금류 230만마리)의 이동이 제한됐고 해당 지역엔 삼종염 기반의 소독제가 뿌려졌다. 특히 오리 농가가 위치한 곳에는 방역 초소가 별도로 설치됐는데, 감염 후 곧바로 증상을 나타내며 폐사하는 닭과 달리 오리는 증상 없이 감염 전파를 계속하기 때문이다.
용인의 바이러스 검출 지점에서 인접한 안성시 보개면과 일죽면 일대 가금류 농가 23곳에도 이날부터 이동제한 및 소독 조치가 내려졌다.
3만3천여마리의 육계가 사육되고 있는 일죽면의 W 양계장은 전날 용인에서의 AI 확진 소식이 들려온 뒤 펜스가 세워졌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주인 임씨(67)의 절박한 결단이었다. 그럼에도 임씨의 심정은 절망스럽다. 2년 전 폭염으로 닭들이 폐사한 손실을 아직도 메우지 못했는데 또다시 일이 터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생계 유통가격이 지난해 1㎏당 1천215원의 반 토막인 690원으로 떨어진 상황.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임씨는 “이대로 가다간 도산할 지경”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동이 자유로운 야생조류의 분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만큼 언제든지 가금류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모든 가금류 농가에서 차단 및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