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업 구하려 생명 거는 장노년들

산불 감시원 응시자들이 잇따라 죽고 있다. 한계를 넘는 체력 검정 때문이다. 대부분 60~70대 장ㆍ노년층이다. 목숨을 걸고 보는 구직 시험이다.

27일 경북 군위군에서 A씨(60)가 숨졌다. 산불 감시원 응시생이었다. 등짐 지고 이동하는 체력 검정 중이었다. 15짜리 등짐펌프를 지고 1.3㎞를 이동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구급차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지난해 시험에서는 같은 등짐을 지고 평지 400m를 뛰었다. 올해는 그 거리가 3배 이상 늘어났다. 여유롭지 않은 가정 살림에 생업을 위해 도전했을 그다. 생업 도전에 생명을 잃은 것이다.

산불감시원 응시생 사망은 처음이 아니다. 22일에는 B씨(71)가 검정 도중 사망했다. 언덕이 있는 2㎞를 왕복으로 걷는 체력 시험이었다. 도착 지점을 50~60m 앞두고 쓰러졌다. 21일에도 60대 남성이 숨졌다. 15 펌프를 등에 지고 1㎞를 12분에 왕복하는 평가였다. 역시 지난해에 비해 검증 내용이 크게 강화된 상태였다. 이렇게 체력 검정 중 사망한 산불감시원 응시자가 일주일새 3명이다. 이쯤 되면 사람 잡는 시험이다.

우연이라고 볼 수 있는가. 체력 검정 현장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이 소리 못한다. 70대 노년이 40대, 30대와 겨룬다. 어떤 구분도 어떤 배려도 없다. 펄펄 나는 세대와 똑같이 뛰고 경쟁한다. 버텨낼 수가 없다. 그러니 죽어나가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자체 등 채용 기관은 검정 수위를 높인다. 응시자가 많아 변별력을 높인다는 이유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이런 목숨을 건 입사 시험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환경미화원의 애처로운 응시 현장도 익히 알려졌다. 5㎏ 모래 짐을 지고 달린다. 50m, 100m를 전력으로 경쟁한다. 여기도 응시자의 연령 폭은 넓다. 20대 젊은이부터 중년까지 뒤섞여 겨룬다. 경쟁률이 지역에 따라 수십 대 1이다. 꼭 사망사고가 아니라도 할 짓이 아니다. 이런 걸 주관하고 경쟁시키는 게 지자체다. 군위군의 산불 감시자 시험처럼 지자체가 정하고 경쟁시킨다. 이런 선발 방식이 과연 옳은지 고민할 때다.

물론 근본적 원인은 가난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못 말린다는 옛말이 있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계속 두고 볼 일인가. ‘체력도 안 되면서 왜 응시했느냐’며 피해자 탓으로 돌릴 것인가. A씨가 죽은 지역 군청 관계자가 말했다. “(응시자들에게) 몸 상태가 안 좋으면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할 말이 아니다. 건강 걱정돼 되돌아갈 거면 거기 오지도 않았다. 산재 근로자에게 ‘조심하라니까 왜 다쳤냐’고 야단치는 꼴이다. 지금 장ㆍ노년층은 목숨을 걸어놓고 생업을 찾고 있다.

근본 치유책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사람 잡는’ 채용 방식만은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지자체의 고민이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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