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포용 가치 실현… 미래 학교인권 로드맵 필요”
포스트코로나 시대 연대·민주·생태교육 전환
교육적 우울에 따른 청소년 삶의 단면 살펴야
김누리 교수·이수광 원장 특강… 온라인 중계
교육공동체 모두가 인권 중시하는 개념 확장
미래사회 학교인권 위한 비전·교육방향 제시
■ 과거 10년 성찰·미래 학교인권 로드맵 구상
이런 가운데 전국 최초로 제정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경기도교육청은 지
난달 31일 오후 수원컨벤션센터 이벤트홀에서 ‘미래사회 학교 인권과 인간 공존’을 주제로 특강포럼을 열었다. 이번 특강포럼은 학생인권의 지난 10년을 성찰하고, 학생인권에서 나아가 앞으로 10년의 학교인권 로드맵을 구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래사회 학교인권을 위한 비전과 공존ㆍ포용의 가치 실현을 위한 교육방향을 제시하는 게 목적이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행사는 비대면 온라인 중계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1부: 미래, 국가, 인간 공존 △2부: 미래, 학교, 인권공동체 등 순서로 열렸다.
먼저 1부 특강에 나선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미래사회 공존을 위한 국가 역할과 정책비전(대한민국 새 100년, 새로운 교육으로)’에 대한 강연을 펼쳤다. 김누리 교수는 “우리나라 교육 체계의 큰 틀이 경쟁교육ㆍ시장주의교육ㆍ자본중심교육으로 이뤄져 있다”며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독일의 연대교육ㆍ민주교육ㆍ생태교육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부 특강에선 이수광 경기도교육연구원 원장이 ‘미래사회 학교역할 전망과 공존, 포용의 교육정책 방향(어떤 ‘학생인권 서사’를 새롭게 쓸 것인가?)’, 이용석 부천 상도중학교 교사가 ‘미래사회 공존, 포용의 가치 실현(학교 내 차별과 혐오 현상)’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이수광 원장은 흔히 아이들에게 표현하는 ‘학생답게’라는 말이 ‘사람답게’로 바뀌어도 적합한 말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인권 향상을 위해 ‘교육적 우울’에 따른 청소년 삶의 단면들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용석 교사는 “차이와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차이를 만들어낸 권력에 도전하고 위계를 없애는 운동이 벌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ㆍ가난ㆍ성 소수자ㆍ여성 등 각종 혐오를 타파하는 새로운 민주주의 교육을 통해 공존해야 한다는 의미다.
■ 주제별 강의 후 학생·교사 등 질의ㆍ응답시간 진행
특강이 끝난 이후에는 강연자들과 참여자들과의 대담 및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이세은 가평 청심국제중학교 학생은 김누리 교수에게 “독일에선 경쟁교육이 없다고 했는데 그럼 대학 입시 때 인기학과의 경우 학생을 어떻게 선발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누리 교수는 “현실적인 좋은 질문”이라며 “우리나라에선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경쟁 속에서 자라 독일과 같이 경쟁하지 않고 이뤄지는 교육 과정은 상상을 못 한다. 그런데 독일은 학생 90% 이상이 합격하는 졸업시험(아비투어)만 있을 뿐 정말 경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의대와 같은 인기학과가 있기도 하지만 독일 교육은 주정부가 관할해 16개 주마다 다른 선발 방식이 이뤄진다”면서 “기본적으로 아비투어만 붙으면 대학에 갈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를 통해 아이들은 원칙적으로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를 원하는 때에 갈 수 있다. 적합한 시기에 적합한 방식으로 입학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박주현 이천고등학교 학생이 이수광 원장에게 “학생이 학교 안에서 능동적으로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 원장은 “학교는 삶의 공간이므로 그 안에서 이뤄지는 불편함에 대해 일단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질문의 대상이 학교당국일 수도 있고 담임선생님일 수도 있지만 솔직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부터가 중요하다”고 입을 뗐다.
이어 그는 “내가 겪고 있는 문제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의 문제라고 보면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며 △학생들의 자치조직인 학생회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방법 △적극적으로 내가 여론의 주체 형성자가 돼 대자보 등을 붙이는 방법 △방과 후 어느 공간에서 아고라(광장)를 운영해 다 같이 이야기하기 위해 모이자고 하는 것 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여론을 모으는 과정에서 함께 배우는 것도 민주주의이고 학생인권일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교육현장에 몸 담고 있는 관계자들도 다양한 질의를 건넸다.
이우창 안산 덕성초등학교 교장은 “다름에서 오는 차이가 누군가에겐 억압 기제가 되기도 한다는 말씀 잘 들었다”며 “학생들이 차이를 만드는 권력에 도전하려면 힘을 비축하거나 연대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태도를 가르치기 위해 교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했다.
질문을 받은 이용석 교사는 “이미 학생들은 그런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교사들이 이를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하는 태도의 문제”라며 “현실적으로 교사의 태도 등에 대해 학교가 집단적으로 생각해봐야 하며, 어떤 언어로 어떤 정보를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 세심하게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승환 고양 정발중학교 교사는 포스트 학생인권 조례에 대한 추가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탰다.
이에 대해 이수광 원장은 “현재 학생인권 조례에는 환경권, 동물권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어 이들에 대해서도 제도화하는 게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번 포럼 자리를 통해 여러 질문의 뿌리를 찾을 수 있게 돼 좋았고 각종 분야에서 교육이 무력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깊게 하는 계기가 돼 행복했다”고 밝혔다.
김인욱 경기도교육청 학생생활인권과장은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시행 이후 지난 10년 동안의 학생인권 증진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10년은 학생인권을 넘어 교육공동체 모두가 인권을 중시하는 학교인권으로의 개념 확장이 필요하다”며 “이번 포럼이 미래사회 학교인권 실현에 관한 고민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 보장은 물론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담론을 앞장서 제기해 왔다. 2030 경기미래교육을 선언하면서 ‘나를 알자, 함께 가자, 내일을 열자’를 비전으로 ‘존엄한 인간, 정의로운 사회, 평화로운 미래’를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이연우기자 / 사진=윤원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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