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32년 만에 억울한 누명 쓴 윤성여씨와 피해자에게 사과

“제가 저지른 살인사건에 대해 억울한 누명을 쓴 윤성여씨를 비롯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사죄드립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 심리로 2일 오후 1시30분께 열린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춘재(56)가 화성과 청주지역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자신이 맞다”고 증언하며 32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게된 윤성여씨를 비롯해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이날 오후 1시37분께 마스크와 청록색 수의, 하얀색 운동화를 신은 채 증인석에 앉은 이춘재는 오랜 수감생활로 머리끝이 하얗게 바래고 얼굴 곳곳에 주름이 깊게 패어 있었다.

이씨는 법정에서 14건의 살인과 30여건에 달하는 성범죄를 모두 스스로 저질렀다고 진술하면서도 범행 동기에 대한 물음에는 “당시에 왜 그런 생활을 했는지 정확하게 답을 못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씨는 또 ‘자백 후 가석방의 희망 등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안 했는가’라는 박준영 변호사 질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 사건(8차)이 나고 나서 저는 영원히 묻힐거 라는 생각을 안 했다. 제가 범행을 하면서 증거를 은폐하거나 이런 상태에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바로 수사가 금방 올 줄 알았는데 그렇게 안 됐다”고 했다.

이씨는 공식석상에서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일이 제자리로 돌아가서 (윤씨의) 앞으로의 삶이 더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제가 이 자리에서 증언하는 것도 작은 위로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이 마음의 평안을 조금이라도 얻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53)는 피고인석에 앉아 증인석에서 진술하는 이춘재의 모습을 내내 지켜봤다. 윤씨는 재판이 끝난 뒤 "이춘재가 나와서 진실을 말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라며 "법정에 나와 진실을 말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고 홀가분하지만 100% 만족스럽지는 않고 결심, 선고 등 결과가 나와봐야 100% 만족이 될 것 같다"며 재심 무죄에 대한 기대를 피력했다.

한편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P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지칭한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당시 22세이던 윤성여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다. 지난해 이춘재가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자 재심을 청구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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