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1만여 소방공무원이 자녀 맡길 직장 어린이집은 ‘0곳’

화성시에 사는 ‘부부 소방관’ J씨(38)와 그의 아내 L씨(35)는 같은 소방서에서 3교대 근무를 한다. 아내는 2팀, 남편은 3팀인데 팀 간 근무 시간을 교대하는 날이면 항상 보육 공백이 생긴다. 남편 J씨가 야간근무를 마치고 오전 9시에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오전 10시30분이 넘는데, 아내는 오전 9시까지 출근해야 해 집에서 오전 7시30분에는 나서야 한다. 결국 3시간 동안 이 부부의 4살 아이는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한 달이면 7~8번씩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비단 J씨 부부의 일만이 아니다.

경기도 소방공무원 수가 1만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이 자녀를 믿고 맡길 직장 어린이집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ㆍ교대 근무가 잦아 누구보다도 직장 어린이집이 절실한데도 정작 관심을 못 받는 셈으로, 아이를 가진 경기도 소방공무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4일 소방청에 따르면 현재 소방직장 어린이집은 전국적으로 서울에서만 단 2곳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 어디에도 소방공무원을 위한 직장 어린이집이 없다. 특히 소방공무원은 휴일ㆍ비상ㆍ교대 근무가 잦은 업무 특성상 육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해 직장 어린이집 설립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 소방청이 지난 2018년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직장 어린이집 수요조사를 한 결과 이용 희망자가 4천398명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에 소방청은 2023년까지 직장 어린이집 6곳을 추가 개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 계획에도 경기지역은 빠져 있다. 강원도 강릉 소방서, 원주 소방서ㆍ충북소방본부ㆍ부산 기장소방서ㆍ광주소방본부ㆍ대구강북소방서가 직장 어린이집 신설 대상이다.

특히 경기도 소방공무원 수는 1만여명에 달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소방공무원 5만여명 중 20%를 차지한다. 또 경기도 소방공무원 중 만 5세 미만 자녀를 둔 공무원은 1천700여명으로 10명 중 2명꼴로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다.

소방공무원과 근무 형태가 유사한 경찰의 경우 경기남부지역에만 직장 어린이집이 22개로 대조되는 모습이다. 당초 이런 환경의 차이가 생긴 것은 소방이 지방공무원이고 경찰은 국가공무원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음에도 이 같은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소방은 국가직 전환에도 예산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받고 있는데,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은 그만큼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경찰 등에 비해 소방공무원의 처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직장 어린이집이 없어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정부의 일ㆍ가정 양립 정책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차원에서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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