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방법은 간단했고, 절차는 허술했다”…킥라니 전락한 전동킥보드

30일 오후 인계동 거리에서 사회부 김현수기자가 전동킥보드를 탑승해보고 있다. 윤원규기자
30일 오후 인계동 거리에서 사회부 김현수기자가 전동킥보드를 탑승해보고 있다. 윤원규기자

“이용 방법은 간단했고, 모든 절차는 허술했다.”

전동킥보드가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모빌리티ㆍPM)을 활용한 공유서비스 시장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다. 하지만 위험을 동반한 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는 탓에 고라니에 빗댄 ‘킥라니’라는 불편한 시선의 신조어를 낳으며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근거리 이동수단과 놀이 도구로서 인기몰이하면서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건·사고로 화제의 중심이 된 전동킥보드를 직접 체험해 봤다.

5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영통구 하동의 한 주택가에서 A 업체의 전동킥보드가 한눈에 보이며 접근에 어려움이 없었다. 운행을 위한 첫 관문 역시 너무도 간단했다.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한 후 결제를 위한 신용카드를 등록하니 앱이 활성화되면서 운전면허증 등록 절차는 본의 아니게 생략됐다. 사실상 면허가 없는 청소년도 이용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어 휴대전화 앱에선 헬멧 등 보호장구 착용에 대한 안내문구가 나왔지만 주변 그 어디에도 관련 장비를 찾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킥보드 상단의 QR 코드를 인식하니 곧바로 시동이 걸렸고, 핸들 오른쪽은 가속레버, 왼쪽은 브레이크 등으로 구성돼 조작방법 역시 아주 간단했다.

주행에 나서자 5초도 되지 않아 최고 속도인 20㎞/h까지 도달, 마치 빠른 속도의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은 짜릿한 재미가 더해졌다. 반면 주행 중 아주 작은 포트홀에도 크게 휘청대고 사이드미러 부재로 수시로 고개를 돌려 후방을 확인해야 하는 등 상시 위험이 도사렸다. 또한 자동차로 분류돼 도로주행을 해야 하지만 빠른 속도의 차량들로 인도 위 주행이 불가피한 상황이 계속됐다. 보행자들에게 위협의 대상인 ‘킥라니’로 전락한 순간이다.

이날 이의중학교 삼거리에서부터 컨벤션센터 사거리까지 3개의 정거장 2㎞ 구간을 왕복하면서 걸린 시간은 20분. 요금은 3천150원이 나와 택시 기본요금(경기도 기준 3천800원)보다 저렴했고, 주차 역시 원하는 곳 어디든 가능했다. 그러나 공유시장 특성인 연쇄사용 구조 속에서 주기적 소독 여부도 확인되지 않는 등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도 떨쳐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최근 인천과 성남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던 고교생과 50대 남성이 사고로 잇따라 숨지고, 도로ㆍ인도 곳곳에선 무단으로 방치돼 운전ㆍ보행자를 위협하는 등 PM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PM의 이용을 활성화하고 안전한 관리를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PM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인프라 및 서비스를 제도화하고 안전 준수사항 등 내용을 담은 법률의 제정을 추진,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연말부터 만 13세 이상이면 면허 없이도 이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초ㆍ중ㆍ고 대상으로 이용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앙부처, 지자체, 관련업계가 참여하는 민관 협력 거버넌스도 구성해 이용 안전수칙 등을 배포하고, 캠페인 등 홍보도 추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PM 공유 업체는 11월 기준 전국 17곳에 달하고 있으며, 지난해 약 13만4천대에서 2029년 49만4천대로 10년간 3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서도 전국 기준 사고발생 건수가 2017년 117건,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은ㆍ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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