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소녀 대학 입학까지 12년 후원한 하남 소방관

“사람 살리는 게 숙명”

▲ 하남소방서+양승춘+구조대장2
하남소방서 양승춘 구조대장

“방법이 무엇이든, 사람을 살려내는 게 우리 소방관의 숙명 아니겠습니까.”

하남소방서 양승춘 구조대장(소방경ㆍ56)이 강화도에 사는 한부모가정의 한 소녀를 대학 입학 날까지 후원하기로 결심한 건 소녀가 일곱 살때 일이다. 양 대장은 올해 소녀에게 입학 축하금을 보내는 것으로 12년 전 자신과의 약속을 마침내 지켰다.

양 대장과 이 소녀의 사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양 대장은 TV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단둘이 어렵게 살아가는 일곱 살 아이를 봤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자신의 둘째 딸보다 한 살 어렸던 이 소녀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방송국에 전화해 아이 어머니의 계좌번호를 받았다. 그렇게 인연이 시작됐다.

양 대장은 이후 12년 동안 매달 급여의 일부를 떼어내 소녀에게 후원금을 전달했다. 성과금을 탈 때면 돈을 더 얹어 보내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나고 소녀의 어머니로부터 “지금까지의 후원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는 대학에 갈 때까지 후원하겠다고 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후원을 이어갔다.

소녀는 올해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 소녀와 그의 어머니는 12년간 손을 잡아준 양 대장에게 선물을 보내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 뿐만 아니라 양 대장은 먼저 세상을 떠난 직원의 어린 자녀 2명에게도 3년 동안 남몰래 매달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양 대장은 한 소녀의 키다리 아저씨이기 전에 베테랑 구조대원이기도 하다. 그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현장,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현장, 2011년 일본 대지진 현장 등 국내외 굵직한 대형 재난현장에 몸을 던진 경험이 있다. 현장에서는 구조대원으로서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동시에 딱한 사연을 가진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키는 든든한 후원자인 셈이다.

양 대장은 요즘 새로운 후원 수혜자를 찾고 있다. 퇴직까지 남은 4년여 동안 또 다른 사랑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진작에 장기기증 서약도 마쳤다.

양승춘 구조대장은 “그 아이는 제겐 막내딸이나 마찬가지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룬 아이가 대견할 따름”이라며 “방법이 어찌 됐든 사람을 살려내는 것이 소방관의 숙명이다. 지금껏 그랬듯 퇴직까지 남은 기간에도 한결같은 신념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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