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강화된 가정폭력처벌법…법적 구속력 없어 실효성 논란

정부가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자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을 공포했지만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여전히 긴급임시보호조치가 구속력이 없어 가정폭력 해결하는데 사실상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7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가정폭력 범죄에 대한 대응과 처벌, 피해자 보호 등의 강화를 골자로 한 가정폭력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의결돼 내년 1월2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을 통해 가정폭력범이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하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상습범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 긴급임시보호조치에 대한 권한 강화를 담은 조항이 빠져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 일선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긴급임시보호조치는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법경찰관의 직권으로 가해자에 대해 피해자 거주지로부터 퇴거 및 격리, 피해자 거주지 또는 직장 등에서 100m 이내 접근 금지 등을 명령하는 제도다.

이에 경찰은 위급 상황 시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강제적인 격리가 불가하다는 점을 들어 가정폭력의 재발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긴급임시보호조치는 가정폭력 재발이나 긴급을 요하는 경우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 없이 사법경찰관이 직권을 행사했으나 정작 위반하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이 미약해 예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일례로 지난 2018년 서울시 강서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남편이 4년 전 이혼한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접근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수년에 걸쳐 피해자를 괴롭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일부 경찰들은 긴급임시보호조치 대신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청구하는 피해자보호명령제도를 임시방편으로 권고했던 실정이다. 이 제도는 긴급임시보호조치와는 달리 가해자가 조치를 위반할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분되는 등 구속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도내 가정폭력 관련 112신고는 2018년 7만6천53건, 2019년 7만3천882건 등으로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가해자를 강제할 수 없으니 가해자를 설득하거나 피해자를 보호시설에 데려가는 모순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 관계자는 “가정폭력처벌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일선 현장에서의 혼선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장과 현실을 고려한 제도가 마련돼야 가정폭력의 실질적인 재발 방지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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