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등한 전셋값, 땜질식 규제강화로 잡기 어렵다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부동산 시장이 금방이라도 안정될 것처럼 호언했으나 혼란과 갈등만 커졌다. 집값은 떨어질 줄 모르고 그나마 안정적이던 전월세 시장마저 요동치고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려고 수천만원의 뒷돈을 쥐여주는가 하면, 같은 단지 같은 평형 아파트인데도 세입자 계약갱신 여부에 따라 ‘이중 가격’이 형성되면서 부동산 시장도 왜곡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활용해 5%만 올린 전셋집과 높은 시세대로 신규계약이 체결된 전셋집이 공존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실제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간 전셋값 격차가 최대 2배 벌어진 곳이 속출하고 있다.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대인데 한 집은 4억원, 다른 집은 8억원에 전세를 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전세 매물이 품귀를 빚고 전세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가 바뀔 때 4년치를 한 번에 올리기 때문이다. 기존 세입자는 2년간 싼 가격에 살 수 있게 됐지만, 신규 세입자는 치솟은 전세금을 감당해야 한다.

새 임대차법 시행 100여일이 지난 상황에서 ‘시간이 약’이라던 정부 예측과 달리 전세 매물은 씨가 마르고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교육과 직장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물량 부족 등으로 전셋값은 크게 뛰어 새로 전세를 구하려는 서민들의 주거난이 심각하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전세 난민’들이 아예 아파트를 사자며 매수 행렬에 가세,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의도한 ‘주거 안정’이 과연 실현될 지 의구심만 든다.

전세 품귀에 월세까지 폭등하면서 부동산 민심이 들끓고 있다.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겠다며 법을 시행했지만 임차인들조차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또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토부 산하에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 7월 도입한 전·월세신고제 등 부동산 법령 위반을 상시 조사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전·월세 계약기간을 ‘3+3년’으로 늘리고, 세입자가 임대료를 두 달간 내지 않아도 내보낼 수 없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 가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시장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에 졸속 시행되고 있는 법, 거기에 더 강화되는 규제 법안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연일 쏟아내는 땜질식 규제법안은 서민 고통을 키우고 갈등과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