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고교 3년간의 항해 끝… 완주 자체로 자랑스러워

공모전 응모 작품 학교 외벽 걸려
내가 겪은 학교생활 감정 담아내
아픔과 시련 속에 견뎌낸 시간들
항해로 표현… 성공적 마무리 기원

고3 수험생을 응원하는 수원외고 외벽에 걸린 ‘SAWL IN 파란만장’
고3 수험생을 응원하는 수원외고 외벽에 걸린 ‘SAWL IN 파란만장’

코로나19으로 인해 올해는 3학년 학생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출정식이 어렵게 됐다. 우리 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을 응원하는 수능 응원 전시물의 일환으로 내가 교내 미술공모전에 응모한 그림 ‘SAWL IN 파란만장’이 학교 외벽에 걸렸다. 그저 공모전 출품으로도 만족했던 나의 경험을 학교 전체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쑥스럽지만 감격과 설렘이 첫 번째, 그리고 작품의 의도를 많은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두 번째로 밀려왔다. 왜냐하면 이 그림은 2년간의 수원외고 생활에서 느낀 나의 감상을 솔직하게 담아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흔히 인생을 파도에 비유하며 ‘파란만장한 삶’이라고들 이야기한다. 파란만장은 ‘파도의 물결침이 만장의 길이에 이른다’는 뜻으로, 여러 가지 곡절과 시련이 많고 변화가 심함을 말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파도 없는 항해도 없다. 이런 점에서 청소년들이 인생의 첫 파란을 맞이하는 곳은 바로 고등학교일 것이라는 생각에 그림의 테마를 ‘항해’로 정했다.

이서윤 학생의 작품 ‘SAWL IN 파란만장’
이서윤 학생의 작품 ‘SAWL IN 파란만장’

공부, 과제, 밥, 잠깐의 쉼, 또 공부와 과제. 정적이고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문득 창문으로 시선을 돌리자 눈이 시리게 새파랗고, 빛나는 파도가 나에게로 들이닥친다. 시선을 빼앗는 눈부신 파도를 통해 나는 지루하고 벗어나고 싶던 하루하루가 사실은 우리의 공들인 항해였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수원외고라는 해역에서 우리는 친구들과 함께 더욱더 높은 곳을 그리며, 자신만의 항로를 위해 끝없이 연구하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방향을 바로잡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만난 무수한 크고 작은 파도들이 가끔은 배를 뒤집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곳으로 우리를 이끌기도 하지만 우리가 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 눈 깜짝할 새 스쳐 지나간 파란만장한 3년은 어느새 우리에게 ‘큰 바다와 넓은 하늘’을 안겨준 것이다.

그림의 슬로건이 된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는 김영랑 시인의 ‘바다로 가자’의 한 구절로, 201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적 확인란으로 사용된 문장이기도 하다. 떠올려보자. 당신의 고등학교 생활은 파란만장했던 만큼 파란(靑)이 만장하지 않았는가? 추억이 미화된다고 하더라도 웃음으로 빛나는 투명한 하늘색이든, 눈물짓는 어두운 남색이든 당신이 만들어온 파란은 항해의 마지막까지 당신의 바다에 깊이를 칠하고, 당신만의 잔물결들을 그려 넣을 것이다. 그렇게 3년간 품어온 큰 바다와 넓은 하늘은 언제나 당신의 항해에 아주 아름답고, 믿음직한 풍경으로 서 있을 것이다.

3년을 달려온 학생들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원하는 취지로 함께한 전시인만큼 학생들에게 이 일러스트가 단순히 ‘응원용 현수막’으로 남기보다는 우리를 실어 준 ‘큰 바다와 넓은 하늘’을 상기시켜준 작품이 된다면 이것보다 더 큰 뿌듯함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여곡절 많았던 첫 항해의 끝을 바라보는 3학년 선배들에게 진심으로 응원과 박수를 드리고 싶다. 당신의 3년에서는 무엇 하나 푸르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항해의 도착지가 어디이든 간에 최선을 다한 당신은 후배들의 동기부여이며 길었던 항해는 완주 그 자체로도 자랑스럽다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이서윤 수원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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