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불청객 ‘떼까마귀’ 등장에 골머리 앓는 남부권역 지자체

지난 16일 오후 9시께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한 주택가에서 떼까마귀가 전깃줄 위에 빼곡히 앉아 있다. 독자 이승준씨 제공

겨울철 추위를 피해 남하한 떼까마귀가 수도권 도심 한복판을 습격하면서 해당 경기지역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리지어 다니는 떼까마귀는 그 자체만으로 공포의 대상이지만 배설물과 소음 등 직접적인 피해를 유발하며 겨울철 불청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과 도내 지자체 등에 따르면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는 지난 2016년도부터 경기남부권역을 중심으로 출몰하고 있다. 시베리아에서 서식하는 떼까마귀가 겨울철 영하 40도의 강추위를 피해 남하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게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의 설명이다.

국내 주요 서식지는 수원과 울산으로 경기남부 지역을 비롯, 특히 수원에서 매년 떼까마귀가 출몰하는 이유는 따뜻한 날씨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지난 4일 수원시 인계동에 수백마리의 떼까마귀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등 시베리아 지역의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까지 경기남부지역의 떼까마귀 출현은 지속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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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9시께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한 주택가에서 떼까마귀가 전깃줄 위에 빼곡히 앉아 있다. 독자 이승준씨 제공

하지만 떼까마귀가 낮 동안 도심외곽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마치고 저녁시간 도심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시민들에게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전깃줄에 무리를 이룬 떼까마귀가 존재 자체만으로 시민들에게 위협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이들이 다녀간 일대는 삽시간에 배설물로 뒤덮이기 일쑤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수원시는 떼까마귀 퇴치기동반을 구성해 퇴치작업을 벌이는 한편 야간에는 업체에 용역을 통해 퇴치와 배설물 처리 작업 등을 맡기고 있다. 이날까지 수원시에 출몰한 떼까마귀 개체 수는 2천500여마리로 주로 수원가구거리, 아주대 삼거리 등지에서 목격됐다.

화성시 역시 오는 12월부터 지난해와 같이 진안동 병점역 인근에 떼까마귀가 출몰할 것으로 보고 시기에 맞춰 퇴치업체에 용역을 맡길 계획이다. 안산시도 지난해 1월 본오동 일대에 떼까마귀가 처음 등장해 주민들에게 두려움을 안긴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수원시만큼 규모가 크지 않아 예방보다 즉각 대응에 무게를 둔다는 방침이다.

정원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질병대응팀장은 “줄에 매달려 자는 떼까마귀 특성상 도심지를 선호하기 마련”이라며 “다만 떼까마귀는 조류인플루엔자(AI) 에 대한 감염 가능성이 작고 또한 배설물에 산성 성분 또한 미미하다. 각 지자체 상황을 고려해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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