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경기도내 각 사업장 인근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대피장소가 마련돼 있지만 정작 이를 안내해 주는 표지판이 없어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18일 오전 10시께 화성시 동탄의 예당초등학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1.6㎞ 떨어져 있는 이 학교는 주민들의 대피장소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두 장소 주변 어디에도 이를 설명해 주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지 않아 학교가 대피장소라는 사실을 알 길이 없었다.
같은 날 찾은 수원시 권선구와 안산시 단원구에 조성된 대피장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권선구에 위치한 명당초등학교는 1㎞ 거리에 화학물질을 다루는 송원산업 수원공장이 위치해 있어 대피장소로 지정됐지만 이 일대 안내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원구 신길동행정복지센터 역시 2㎞ 거리에 조성된 A 화학물질 사업장으로 인해 대피장소가 됐지만 이를 확인하거나 찾아갈 수 있는 안내표지는 전무했다.
경기도와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도내 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은 262곳으로 대피장소는 533곳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지정된 대피장소가 학교와 체육관, 인근 주민센터 등 지역마다 제각각 다른데다 이를 설명해주는 안내판이나 팻말조차 설치되지 않아 유사시 주민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경기지역에서만 총 12곳에서 화학물질 누출, 화재 등 사고가 발생했다.
더구나 화학물질안전원은 지난 7월 사고 발생 시 주민들의 신속 대피를 위한 ‘화학사고 대피장소 안내지도’를 제작, 각 시ㆍ군에 배포했지만 일선 현장에는 안내판 설치 등 어떠한 조치도 없어 이 같은 안내가 무색해지고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대피장소 재지정 작업이 진행 중이라 안내판이 설치되지 않고 있다. 먼저 화학사고 대피장소에 대한 팸플릿을 내달 주민들에게 배포ㆍ안내할 예정”이라며 “실제 사고 시 혼선을 주지 않도록 안내판 설치를 고려하겠다”고 해명했다.
화학물질안전원 관계자는 “대피장소에 대한 명확한 법이 없어 사고 시 혼선을 가지고 올 것을 인지 못했다”며 “실질적으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현장에 안내판, 팻말을 설치 및 관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7년 개정된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화학 사업장들은 위해관리계획서를 작성한 뒤 지자체에 제출, 이를 토대로 각 시ㆍ군은 주민들에게 화학사고 위험성 및 사고 발생 시 행동요령을 전파해야 한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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