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공식화했다. 지난 1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 ‘제2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에서 산업은행은 두 항공사의 통합을 골자로 한 ‘항공운송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보고했다.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키 위해 산업은행이 제3자 배정과 교환사채 인수를 통해 공적자금 8천억원을 한진칼에 투입키로 한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유럽과 미국 항공업계의 합종연횡처럼 국내 항공업도 합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인천국제공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번 거래를 이끌고 있는 산업은행과 유관부처들은 최근 관계 장관 회의를 앞두고 양사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일부 근거로 MRO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의 고위 관계자는 “MRO는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야하는 필수 분야인데, 능력이 뛰어난 대한항공이 자가 수요에, 아시아나항공이 외주에 몰린 측면이 있다”며 ‘전문 항공MRO 통합법인’ 설립을 기정사실화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173대, 아시아나항공은 86대의 항공기를 보유 중이고, 양사의 자회사인 진에어(28대), 에어부산(25대), 에어서울(7대)도 총 6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통합법인 설립으로 정비시설을 공유하면 국부유출 방지(2018년 기준 54%, 1.4조원)는 물론 항공MRO 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반이 마련된다.
그러나 국제선이 집중돼 정비수요가 많은 외국 항공기들이 몰리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은 이번 기회를 십분 활용해야하지만 항공기 정비업을 영위할 수 있는 법 개정이 늦어져 끌탕하고 있다. 경남 정치권의 강한 반대로 지체되고 있는 사이, 사천에선 마침 17일에 ‘민항기 정비동’ 준공식을 가졌다. 또한 사천 항공정비 전문단지 조성이 김경수 도지사의 역점과제다 보니 MRO 통합법인의 입지 선정이 정치적으로 접근될 수도 있다. 다만 TAT(Turn Around Time, 정비 소요시간) 단축이 비용 문제와 직결돼 있어 각국의 주요 항공사들은 인천공항을 ‘근거리 통합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우리나라 항공MRO의 최적지로 꼽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 특혜’ 논란에도 엄청난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만큼 어느 때보다 공정해야 한다. 합병의 시너지 효과와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세계 항공시장의 논리를 따라야 한다. 자칫 선거용으로 접근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걸 인천시장과 정치권은 명확히 역설해야 한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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