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안하고 의원들이 호응하며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본보 9월15일자 4면)이 예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법안의 내용에 대해 관련 부처 혹은 관련 단체에서 반대 혹은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고, 심지어 헌법재판소의 판례에서 부적절 의견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장기 계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4일 현재 이재명 지사가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 혹은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제안한 정책법안들은 대부분 각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거나 심사가 진행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안산 단원을)·안규백 의원이 지난 7월 대표발의한 수술실 CCTV 설치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17일 전체회의에서 소위에 회부돼 19일에 이어 오는 26일 소위 회의에 다시 상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관계 부처 및 관련 단체 의견이 상반돼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신중검토,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는 반대, 대한한의사협회·한국환자단체연합은 각각 찬성 의견이다. 수석전문위원은 “과잉금지와 최소 침해성의 측면에서, 환자안전과 의료체계의 신뢰성 확보라는 입법 목적을 위한 기본권의 합리적 제한 범위를 도출해내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근로감독 권한을 광역자치단체에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제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환경노동위 소위에 회부됐으나 고용노동부가 부정적이다.
환노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에서 “고용노동부는 지역 간 근로보호의 격차,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위반, 지방자치법과의 충돌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근로감독 업무는 근로감독관이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따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자체별 예산·전문성·인력 등 집행 여건이 달라 이에 따라 근로자 권익 보호에 격차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골자로 민주당 신정훈·윤재갑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역시 행정안전위 소위에 회부됐으나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에서 ‘부동산은 백지신탁의 대상으로 부적절하다’는 2012년 헌법재판소 판례 내용을 소개했다.
수석전문위원은 “기본권 침해의 정도, 최소 침해의 원칙 등의 우려 및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운영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함께 개정안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이해충돌의 방지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라는 공익의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문진석·김남국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정 최고이자율을 연 24%에서 10%로 제한하는 내용의 ‘이자제한법 개정안’도 법제사법위 소위에 회부돼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정부가 지난 16일 당정협의에서 시행령을 개정해 내년 하반기부터 24%에서 20%로 인하하기로 함에 따라 법안 개정은 당분간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김재민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