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불청객’ 그 많던 은행 어디 갔을까…열매 털기 작업 한 몫

인천이 고향인 김상현씨(29)는 올해 가을을 ‘역대 거리가 가장 깨끗했던 가을’로 기억한다. 거리마다 곳곳에 떨어져 악취를 뿜어내던 은행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평소라면 가을철 신발에 은행이 붙어와 회사에서도 범인을 찾아내느라 진땀을 빼는데, 올해는 그런 일이 없었다”며 “은행 테러를 당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가을철이면 도시미관을 해치고 악취를 뿜어내는 주범이던 은행나무 열매가 올해 인천지역서 사라졌다. 해마다 계속된 주민 불편 민원에 열매가 낙과하기전 지자체가 발빠르게 열매를 수거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했기 때문이다.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옹진군을 제외한 9개 군·구에 2천만원 씩 총 1억8천만원을 지원해 지난 9월 말부터 은행나무 열매털기 작업을 했다.

올해 처음 도입한 ‘진동수확기’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진동수확기는 은행나무에 진동을 전달해 열매를 떨어트리는 기기로 악취와 보행 불편을 예방한다.

작업 기간도 훌쩍 줄었다. 각 군·구는 진동수확기를 사용하면서 통상 2개월씩 걸리는 작업을 1개월 안에 마무리했다.

채취한 열매 처리도 달라졌다. 과거 낙과한 후 열매를 주워 기부가 불가능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미리 채취한 열매를 중금속검사 등 안전성유무를 따져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과 양로원등에 나눠주고 있다.

주민만족도는 기대 이상이다.

부평구에 거주하는 강윤환씨(68)는 “매번 바닥에 굴러다니고 터진 은행열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는게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올해는 정말 감쪽같이 사라졌다”며 “냄새도 안나고 밟아서 피해보는 일도 없고 낙엽만 밟으며 걸을 수 있어 걷기 참 좋았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우선은 민원이 급증하면서 계획한 일회성 사업이었다”며 “사업성과를 보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예산보충 등 지속적인 관리에 나서겠다”고 했다.

강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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