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후원 80%↓…도움 손길 뚝 끊긴 취약층

25일 광명시 소하1동 뚝방촌

“올해는 연탄이 부족해서 큰일이네. 매년 오던 청년들도 당분간은 모이질 못한대.”

쌀쌀한 날씨가 이어진 25일 오전 11시께 광명시 소하1동 뚝방촌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간간이 텃밭을 가꾸거나 집 앞을 정비하러 나온 어르신들이 보였지만,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한숨만 푹 내쉰 채 서로 대화는 하지 않았다. 주민 L씨(81)는 “겨울이면 연탄 주는 청년들이 매일 찾아와 심심하질 않았는데 요새는 보이질 않는다”며 “연탄도 얼마 남지 않고, 눈도 곧 온다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L씨의 집에 놓인 연탄 보관통 3개 중 1개는 벌써 거뭇한 연탄 가루만 남은 채 텅 비어 있었다.

수원시 권선구 평동에서 폐지와 공병을 주워 파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K씨(83)도 올겨울 나기가 걱정이다. K씨는 해마다 교회와 수영장 센터 등 수많은 단체에서 연탄을 후원받았는데, 올해는 교회 한 곳에서만 받았다. 현재 그에게 남은 연탄은 250장, 내년 5월까지 버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 25일 수원시 권선두 평동의 한 연탄가구
25일 수원시 권선두 평동의 한 연탄가구

경기도내 취약계층이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게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도움의 손길마저 뚝 끊긴 탓이다. 도내 쪽방촌은 매년 이맘때면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연탄 나르는 자원봉사자들로 붐벼 시끌벅적했지만, 올해는 마을 분위기가 축 가라앉았다.

연탄 후원은 눈에 띄게 줄었다. 후원과 자원봉사를 기반으로 연탄 나눔 행사를 진행하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기부된 올해 연탄 후원량은 92만장으로 지난해 동기간 486만장과 비교했을 때 5분의 1(81%)가량 급감했다. 1년 중 연탄 배달이 많은 달에 속하는 10월 한 달만 봐도 작년 대비 45%가 줄었다. 연탄 전달을 희망하는 자원봉사자 신청 역시 작년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연탄 배달을 위해 수십 명이 한 장소에 모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연탄 가구 한 곳 당 겨울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연탄은 1천장 이상이다. 현재 경기도내 연탄 가구는 5천여 가구로 추산된다. 여전히 연탄으로 방을 데우는 이들은 연탄이 부족하면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만 한다. 더욱이 대부분 홀로 사는 고령층이어서 추위로 건강이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

허기복 연탄은행전국협의회장은 “11~12월이면 일주일 내내 봉사활동을 나가던 때지만 올해는 2~3번도 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취약계층인 연탄 가구에 따뜻한 겨울을 선사하기 위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후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해령ㆍ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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