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학자금 대출 체납액 90억 돌파…빚 굴레 갇힌 사회초년생

1년새 66%↑

경기도 취업 후 학자금 체납액 추이

고향 경북을 떠나 수원시에서 직장 생활을 한 지 6개월째인 K씨(27)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빚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빌린 학자금 대출 2천200만원 때문이다. 그는 교통비와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매일 걸어서 40분 거리의 회사를 출퇴근하고 직접 싼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그렇지만 홀로 자취 생활을 하며 18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월급으로는 원금상환은 고사하고 이자 갚을 여력조차 없다.

경기도 청년들의 학자금 대출 체납액이 50억원을 돌파(경기일보 2월14일자 1면)한 데 이어 1년 만에 90억원을 넘어섰다. 비싼 학비 부담에 받은 대출을 갚지 못해 빚의 굴레에 빠진 경기도 청년들이 1년 새 급증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5일 국세청이 공시한 ‘2020년 국세통계’를 보면 지난해 경기도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체납액과 체납건수는 각각 90억860만원과 7천518건으로 모두 역대 최고치다. 2018년(54억7천900만원ㆍ4천350건)과 비교하면 체납액은 36억여원(66%), 체납건수는 3천168건(73%) 늘었다.

증가세 역시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도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체납액은 전국 17개 시ㆍ도별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18억5천만원)부터 해마다 늘어 2015년(19억7천200만원) 6%, 2016년(26억4천만원) 33%, 2017년(36억2천800만원) 37%, 2018년 51% 증가세를 보였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체납액과 체납건수 증가의 배경에는 최근 청년 취업난이 자리 잡고 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도는 소득이 발생할 때까지 상환이 유예되다가, 취업 이후 일정 기준이 넘는 소득이 발생하면 국세청이 원리금을 원천징수한다. 그러나 직장을 구하지 못했거나 취업을 했더라도 학자금을 갚지 못할 정도로 급여가 낮은 경우의 청년들이 늘면서 체납액과 체납 건수도 덩달아 증가하는 것이다.

더욱이 청년들은 졸업해서도 빚에 시달리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떠안고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취업 준비가 장기화되면서 주거ㆍ생활비 부담으로 일반 신용대출까지 받는 탓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20대의 국내 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사 마이너스 통장 대출 잔액은 2조1천451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738억원)보다 3.4%가량 늘었다.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20대 청년층도 많아졌다.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20대는 2015년 9천519명에서 지난해 1만24천55명으로 31%가량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빚더미에 짓눌린 청년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등록금이 없어서 대출을 받고, 생활비를 벌고자 아르바이트를 하다 취업은 더 늦어지고 체납액은 늘어나는 ‘악순환’은 더이상 일부 청년들의 이야기가 아닌 ‘구조화된 문제’”라며 “학자금 대출은 정부 차원의 정책인 만큼, 정부에서 이들의 부담을 덜어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청년들의 학자금 대출 이자나 원금을 먼저 내주고, 이후에 청년들이 낮은 이율로 되갚는 펀드 개념의 정책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해령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