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글로벌시티(IGC)가 인천시·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토지신탁 수익권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송도아메리칸타운 2단계 사업부지를 감사보고서상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계상해 분식회계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시와 인천경제청, IGC 등에 따르면 IGC는 지난 2018년 인천경제청과 시 소유의 송도아메리칸타운 2단계 사업부지(송도동 155의1)를 토지신탁 수익권 양수·도 방식으로 1천89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했다. 토지신탁 수익권 양수·도는 시를 대신해 인천경제청이 신탁회사와 부지에 대한 신탁계약을 한 뒤 신탁회사로부터 발급받은 수익증서(수익권)를 다시 사업시행사인 IGC에 양도하는 방식이다. 인천경제청이 신탁회사와 신탁계약을 하면 등기부등본상 부지의 소유권은 신탁회사로 넘어간다.
이후 IGC는 지난해 계약금 10%와 1차 중도금 10%를 인천경제청에 냈고, 이를 이유로 올해 4월 공개한 감사보고서의 재무제표에 부지(1천89억원)를 재고자산으로 계상했다. 재고자산은 유동자산 중 판매과정을 통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취득가 기준)이다. 또 관련 주석에는 인천경제청으로부터 토지신탁 수익권을 양수한 것으로 기재했다. 이는 IGC가 부지를 확보했고 회계상 특수관계(지배회사)인 시가 사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상 부지의 소유권은 여전히 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경제청은 IGC가 부지 매입가를 전부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PF(프로젝트파이낸싱)도 못했기 때문에 토지신탁 수익권 양수·도를 위한 신탁계약을 추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IGC가 재고자산을 과대계상하는 식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언제든지 해제·해지할 수 있는 매매계약과 매입가 일부 납부만을 근거로 소유권 이전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부지를 재고자산으로 계상한 것은 자산을 부풀린 전형적인 분식회계라는 것이다. 이번 일이 분식회계 등의 문제로 밝혀질 시에는 사안에 따라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10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해질 수도 있다.
특히 IGC와 함께 시도 소유권 이전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지를 재고자산으로 회계에 계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회계상에서 특수관계인 시와 IGC가 같은 부지를 재고자산으로 계상하는 모순이 생긴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부지를 재고자산으로 인식하려면 이와 관련한 경제적 실체와 실질적인 통제권 등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정확한 계약관계를 봐야 알겠지만, 계약금과 1차 중도금만을 선납금으로 계상하는 게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IGC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회계사 A씨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일부 인정했다. A씨는 “사업시행사가 매매계약에 따른 토지신탁 수익권을 양수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특이한 방식”이라며 “이번 일처럼 부지를 재고자산으로 계상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 회계사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A씨는 “IGC가 지난해 송도아메리칸타운 2단계 사업의 분양·청약을 추진한 점 등을 근거로 부지에 대한 경제적 실체와 실질적인 통제권이 있다고 판단해 계상한 것이고, 이에 따른 손익구조상의 변동도 없는 상태”라며 분식회계 의혹을 부정했다.
이어 시와 IGC가 같은 부지를 재고자산으로 계상한 것과 관련해서는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회계상 충분히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며 “시는 세무 문제 등을 이유로 소유권 이전 여부를 보수적으로 판단해 부지를 재고자산으로 계상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IGC 관계자 역시 “재고자산을 부실자산으로 보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가 고의로 부지 매입가 전액을 재고자산으로 계상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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